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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y by day

빙맥예찬

 
가끔 위스키 등등의 사진을 올리며 대단히 깊이 있는 음주 생활을 즐기는 척을 하고 있지만
 
사실 내 취향에 제일 맞는 건 대가리 깨질 정도로 시원한 살얼음맥주다. 

 

(집에서 만들어마시는 것도 좋지만 역시 맥주집에서 편하게 마시는게 최고. 역전할맥보다는 크라운맥주.) 

미식가가 되기엔 미각과 후각이 천하기 그지 없어 맛과 향을 섬세하게 캐치해 내지 못한다.
살짝 마른 입과 목으로 시원하고 청량한 맥주를 때려 넣는 쾌감은 무엇과도 바꾸기 힘든 즐거움 중 하나다.
홉과 몰트의 제대로 된 풍미를 즐기는 사람들은 최상의 맥주 맛을 위한 적절한 온도를 찾지만
 
나는 무조건 시원한 게 최고. 이 얼마나 단순 무식한 성향인가?
근데 요 몇 년 간 맥주를 너무 즐긴 것 같아 이제 슬슬 줄여야 하지 싶다. 혹여나 통풍이 올까봐 무서워서.
그래서 그냥 가끔 위스키나 홀짝거리는 음주 패턴으로 돌아갈 것 같다(물론 맥주를 완전히 끊지는 못하겠지.).
증류식이든 희석식이든 소주는 절대 내 취향이 아니더라. 집에서 혼자 소주 마시는 건 도저히 불가.
다른 사람들과 어울릴 때는 희석식 소주도 마시긴 하지만
 
그 역한 맛은 음주 경력 30년이 다되어가지만 도무지 적응이 안된다. 
 
막걸리는 대학 시절 선배들의 후배 고문용으로 입문한 뒤 쉽사리 즐기지 못하게 된 술이라 논외고.
 
 
 

 

전통주 스타일의 술 중에서 제일 좋아하는건 백세주. 

 

대학시절 선배들이 소주랑 백세주를 섞어 오십세주라는걸 만들어주곤 했는데

 

희석식 깡소주라는 사막에서 만난 오아시스 같은 느낌이었다. 

 

한때 광풍이라고 부를 정도로 유행하다 근래에는 존재감이 많이 약해진 듯 하지만

 

그래도 내 입에는 이게 최고더라. 솔직히 비싼 청주나 사케보다 훨씬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