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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진학실 팻말은 아마도 내가 학교다닐 때 달려있던 것과 같은 녀석일 것 같다.

우리 때 진학실은 불려가면 살아나오기 힘들다고 해서 산적 소굴이라고 불렸다.


우리 반 애들 야자하는 모습, 전체 반 중에서 참여 인원이 가장 적다. 딴 반과 숫자를 비교하면 좀 머슥해질 때도 있지만 자율학습 태도는 더 좋은 것 같다.
 
어떤 집단이든지 소수정예가 좋은거다. ㅡ_ㅡ;;;


이 사진을 부장님이 보시면 애들이랑 장난친다고 싫어하실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10년전에 비해서는 교사와 학생들 사이의 간격이 많이 좁아진 것 같다.

진정으로 나를 무서워하는 학생이 있는지는 나도 잘 모르겠다.



장난치다 불려나온 녀석들~ 우리 때 같으면 긴장해서 굳어있었을텐데 이 녀석들은 불려나와서도 마냥 즐겁다~

복도 끝부분에서 야자 순시 중인 부장님의 뒷모습이 보인다.




야간 자율학습, 줄여서 야자 

그러나 그 실체는 야간 타율학습일지도 모른다.

자율학습이라고 하기엔 애들의 공부자세가 너무 불량하고

그렇다고 타율학습이라고 하기는 좀 그런게 분명 자기들이 원해서 남은 거니까

정확한 명칭 붙이기가 참 많이 모호해진다.

 돌아보면 내 고등학교 시절의 야간 자율학습은 분명 야간타율학습이 맞았다.

야자 불참을 선택할 권리가 우리에겐 없었으니까~

그때 야자를 빠지는 애들은 특수계층(=대부분 미술하는 애들)뿐....

학원이 보편화되지 않았고 공부한다면 당연히 학교에 남아있는 것을 의미했다.

야자시간에 무단 이탈을 했다가는 지독한 뺑뺑이와 사랑의 매를 감당해야했던 그 시절....

시작시간에 조금만 늦어도 뻥뻥 울리던 매타작 소리에 각 반은 얼어붙은 듯 조용해졌더랬다.

그래도 숨어서 떠들기도 했고 만화책도 보고 할 건 다 했었다. ㅋ

나 같은 경우는 내내 만화만 그리고 그리고 그렸다. 조용히 하는 작업이라 선생님들께 걸린 적은 없었기에

내 야자시간은 상당히 평화로웠다.

(각 반에서 선생님께 압류된 만화책은 만화가를 지망했던 내 교재로 제공되기도 했다....)

세월은 어느새 흘러 흘러 10여년.... 강산도 변한다는 그 세월 동안에도 야자 분위기는 그다지 변하지 않은 것 같다.

물론 요즘 애들은 만화책보다는 핸드폰이나 PMP를 가지고 놀다가 뺏기는 경우가 더 많다는 차이가 있긴 하지만....

야자 감독 한다고 교실에 애들과 같이 앉아서 만화를 그리고 있다보면
 
마치 내 옆에서 공부하는 제자들이 그때 같은 반이었던 상민이나 정재, 상운이, 훤이 같은 기분이 든다.

학창시절을 추억할 수 있는 직업을 가졌다는거.... 그리고 모교에서 근무할 수 있다는 건

어찌보면 내게 주어진 최고의 행복일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