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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해안 7번국도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길고 아름다운 해안도로 중 하나이다. 남도에 사는 사람들이라면 설악산으로 수학여행 가는 길에 한번쯤은 달려봤을 도로가 아닌가 한다.

나에게 동해안 7번국도는 군생활의 아련한 기억으로 더 강하게 연결되어 있다. 강원도 삼척에서 군생활을 했던 나는 휴가 나올때면 항상 이 7번 국도를 따라 내려왔던 것이다.

휴가 나가는 길에 들리는 경보 화석박물관은 보기만 해도 반가운 곳이었으며 복귀하는 길에 화진해수욕장 휴게소에서 바라보는 바다는 빠져 죽고싶은(?) 충동을 느끼게 하는 곳이었다.

어쨌든 이번 겨울 일도 있고 해서 겸사겸사 학교 선생님들과 다녀온 동해안.... 강원도까지 거침없이 올라갔으면 좋았을 것이나 이번 목적지는 경북 울진 후포항이었다.


영덕에 간다고 하면 당연히 생각나는게 대게이다. 울진에도 있고 구룡포에도 있고 동해안 아래지방의 대부분에는 대게가 널려있지만 그래도 가장 유명한 곳은 영덕이고

영덕에서도 강구항이 대게의 성지(?)로 알려져 있는 곳이다. 강구항에 가본 사람은 알겠지만 어디가나 대게 전문점, 호객행위를 하는 상인들로 정신이 없다.

이날은 특히나  전국에서 몰린 관광객들로 정신이 없었고 잠시 구경이나하고 가자고 들렀던 우리는 끔찍한 차량 정체에 식겁하다 급히 빠져 나오고 말았다.

월송정에 잠시 들러 마음을 정돈한 우리는 울진 후포항으로 발길을 돌려 달리기 시작했다.

가는 도중에 지나게 된 영덕 대게 원조 마을~ 원조 마을이라고 해서 뭔가 엄청난게 있을 줄 알았는데 만난거라고는 거대한 대게 조형물 뿐.... 그래도 기념 사진은 한장 박아야 겠기에

시그마 DP1을 꺼내 들어보았다. 왼쪽부터 하만기, 전수근, 천주홍, 문정수, 황긍원 선생님(김용진 선생님은 어디론가 실종 ㅋ)


대게 원조 마을을 뒤로하고 한 이십분을 달리다 보니 갈매기가 낮게나는 항구에 도착하게 되었다. 게살이라도 얻어먹으려는 것인지 정말 많은 갈매기들이 저공비행을 하고 있던 그곳

오늘의 목적지 였던 울진 후포항이었다. 처음부터 강구보다는 후포를 생각하고 길을 떠났는데 아무래도 같은 대게라면 이름값하는 강구보다 게가 쌀 것이라는 계산때문이었다.


항에 들어서자 마자 눈에 들어오는 것은 게를 정리하는 부산한 움직임이었다.

칼날같은 바닷 바람에 장난 아닌 추위였지만 그에 아랑곳하지 않고 대게를 옮기는 손길에서 강한 생활력을 느낄 수 있었다.

사진에 나온 것은 삶아진 대게가 아니라 홍게(다른 대게에 비해 가격이 좀 저렴하다.).
 


태양을 켜다.... 항구에 정박되어 있는 선박들 사이로 떨어지는 낙조는 다른 곳에서 보는 것과 다른 멋을 느끼게 해주었다.
 

쓸쓸하면서도 또 따스한 묘한 느낌이랄까.... 선생님들이 대게 흥정하러 가신 사이에도 나는 연신 셔터를 눌러댈 뿐이었다.


선박의 이곳 저곳에 앉아서 쉬고 있는 갈매기들, 사람 손을 하도 많이 타서 인지 가까이가도 날아가질 않는다.

어떤 녀석은 200VR로 겨냥하고 있는 나를 멀뚱 멀뚱 쳐다보기도 ㅋㅋ



이순간의 아름다움을 무엇이라 표현할 것인가.... 써낼 수 없는 문장력에 한탄하고 찍어낼 수 없는 사력에 아쉬움을 금할 수 없을 뿐......


군에서 제대하면서 동해바다 쪽은 쳐다보지도 않을거라 했던.... 그러나 몇년만에 다시 그 아름다움에 매료되고 있는 나를 보며 어이없는 웃음을 지어본다.

남도에서 봤던 바다도 나름의 아름다움을 가지고 있지만 동해의 시리도록 푸른 바다는 황해나 남해의 아름다움을 뛰어넘는 뭔가를 가지고 있는 것 같다.


긴 조업을 마치고 돌아와서도 쉴수 없는 우리의 어머니, 아버지들 그물 정리에 여념이 없으시다.


노을을 배경으로 작업하시는 그 모습이 아름다워보이는 건 나의 사치스런 감정일 뿐이겠지.... 일에 방해되지 않게 멀리서 사진을 찍으며 조업의 고단함을 잠시 나마 같이 느껴보았다.  


그렇게 아름다웠던 후포항에서의 저녁무렵은 산을 너머가는 해와 함께 정리되었다.

본격적인 저녁이 되었으니 음주가무가 함께 해야함은 당연지사~

여기까지 와서 어찌 대게를 먹지 않을 수 있단 말인가?

박달대게는 너무 비싸서 엄두를 못내고(어머니 드실걸로만 한마리 구매 ㅠ_ㅠ)

박달소게(박달대게 이긴한데 좀 작은 녀석이라고 주인 아저씨가 그러더라. 근데 이런 분류가 있는지는 나도 모르겠다.)를 일인당 3마리씩 먹기로 했다.

이런 멋진 안주에 하만기 선생님이 댁에서 가져오신 로얄 살루트가 더해지니 그 맛은 캬~


왼팔에 대게 주장 표지를 단 녀석이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며 앉아있다. 대게를 찔때는 육즙이 흐르지 않게 엎는게 정석이고 가져 올때도 접시 위에 뒤집어진 상태였지만

설정 사진을 위해 다시 뒤집어 주신 ㅋㅋ


녀석이 험상궂은 얼굴로 '자네 감히 나를 먹을 생각인가?'라는 눈빛을 날려 주신다.


그의 얼굴에 살짝 쫄은 나는 잠시 망설였으나.......


잠시후 우리 주장님은 이런 모습으로 화해주셨다는.... 속이 꽉찬 대게 맛은 이루 말할 필요도 없었지만 이 게딱지 볶음밥 또한 별미 중의 별미....


산해진미를 먹고 나니 함께했던 선생님들의 만면에는 미소가 떠나질 않으신다~~



진주에서부터 4시간 거리.... 참 가기 쉽지 않은 곳을 다녀왔다는 기분이 든다.

한번 떠나려면 큰 마음을 먹어야 하는 동해 7번 국도 여행....

자주 갈 수 없는 곳이기에 더더욱 가슴에 남는 곳이 아닌지....

특히 처음 가봤던 후포항은 널리 알려진 곳은 아니지만  숨겨진 미항이라고 부를 만한 곳이었다.

낙조가 특히 아름다운 후포항, 갈매기도 날개짓을 쉬어가던 그곳에

또하나의 아름다운 추억을 기록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