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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 감독관 예비소집을 가던 길에 지진을 느꼈고

 

집에 돌아와서 수능 일주일 연기 소식을 들었다.

 

 

수능 연기로 인해 발생할 혼란은 누구라도 예상하겠지만

 

교육 현장에서 겪어야할 문제는 바깥에서 보는 것 보다 상당할 것이다.

 

다 만들어 놓은 고사장을 다시 준비해야 할 것이며

 

유인물을 새로 만드는 것부터 시작해서

 

감독관들 선임까지 신경쓰려면 머리 아픈게 한두개가 아니다.

 

수험생들의 입장도 만만치 않다.

 

그들은 이미 대부분의 책들을 버린 상태이고

 

내일이면 이러나 저러나 끝이 난다는 묘한 기대 심리도 갖고 있었을터인데

 

연기된 일주일을 어떻게 보내야 할지 무척 고민스러울 것이다.

 

그 시간이 입시에 플러스가 될지 마이너스가 될지는 아무도 알 수 없는 일이다.

 

수능 연기는 여러 사람들에게 다양한 피해를 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능이 연기되는 초유의 사태를 맞이하며

 

나는 우리나라가 작년과는 다른 시대를 맞이하고 있구나를 느낀다.

 

 

잠재적 위험이 있더라도 감수하며 수능을 강행하는 것이 당연했던 시절을 넘어

 

문제의 여지가 있다면 그것을 전면 재검토하는 신중한 모습이야말로

 

포스트 세월호 시대를 이끌어가는 행정의 미덕이라고 본다.

 

 

오늘 학교에 출근하면 정말 다양한 이야기가 나올 것이다.

 

아마 대부분은 수능 연기로 인해 겪어야할 부수적인 일처리와

 

일주일 후 반복될 같은 상황에 대한 투덜거림일지도 모른다.

 

나 역시 고사장을 다시 꾸미며, 감독관 예비소집을 다시 가며

 

귀찮다고 투덜거리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런 과감한 결정들, 사람을 위해 둘러갈 줄 아는 신중함이

 

우리의 투덜거림을, 그 일상을 지켜줄

 

바닥돌이 되어줄거라고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