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멜번의 퀸빅토리아 마켓을 둘러보고

 

체력이 방전되어 있을 때였다.

 

하늘은 너무 푸르고 노천 카페의 의자마다 앉아 있는 사람들의 표정은 너무나 여유로웠다.

 

와이프는 다음으로 가볼 곳의 길을 찾느라 정신이 없었고

 

나는 시선을 이리 저리 돌리며 프레임에 담을 것을 찾고 있었다.

 

시선이 꽂힌 곳은 한소녀가 음식을 먹고 있던 모습.

 

한참을 쳐다보다 왜 이리 저 소녀에게 눈길이 갈까를 생각해보니

 

해리포터 역을 했던 다니엘 래드클리프를 닮았다는 느낌이 들었다.

 

거리가 상당히 먼곳에 앉아 있었기에 마침 마운트되어 있던 망원렌즈가 참 고맙게 느껴졌다.

 

셔터를 누르는 순간 붉은 옷을 입은 누군가가 지나가며

 

시야를 가렸다.

 

사진을 망쳤겠거니 하고 확인해보니 붉은 색의 잔영이 남은

 

묘한 사진이 남아 있었다.

 

소녀의 분위기 만으로도 참 만족했을 사진이지만

 

때맞춰 지나간 누군가 때문에 꽤 오랜 시간동안 바라본 프레임이 완성되었다.

 

우연이 만들어준 괜찮은 사진 한장.

 

적당히 선선한 그늘 밑에서 나는 미소를 지었고

 

영문을 모르는 와이프는 무슨 일이냐고 물어왔다.

 

길 찾기가 힘드니 대신 좀 찾아보라며 지도를 넘겼다.

 

잠시 지도를 쳐다보던 사이 소녀는 어디론가 사라져 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