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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고등학교 3학년의 봄소풍이라고 하면 학습 결손이 생기지 않도록

자율학습을 한다던가 아니면 졸업앨범 사진을 찍는다거나 하는게 관례였습니다만,

올해는 이재용부장님께서 큰 마음을 먹고 제대로 된 소풍을 가자는 제안을 하셨습니다.

지리산 천왕봉 당일치기 등반이었죠 ㅜ_ㅜ

얘기를 처음 들었을 때는 자신만만하게 콜을 외쳤지만,

천왕봉에 갈 때마다 거의 실신 지경으로 돌아왔던 저로서는 마음 한켠의 부담을 떨쳐버리기가 쉽지 않았죠.

그러나 다른 곳에서도 아니고 진주고등학교에서 후배들을 데리고 가는 천왕봉,

물러서서도 안되고, 물러날 곳도 없는 그런 길이었습니다.

뭐 학생들도 이래저래 고민이 많았습니다만 ㅋㅋ

소풍 당일 날까지 기우제를 지낸 학생도 꽤 있었을겁니다.

운명의 2011년 4월 21일,

버스를 타고 중산리로 이동한 우리는 칼바위 - 법계사를 거쳐 천왕봉을 바로 치고 오르는 코스를 택했습니다.

당일 치기 코스이긴 하지만 또 가장 힘든 코스이기도 하죠.

툴툴거리면서도 잘 타고 올라가는 애들이 그냥 대견스럽기만 했습니다.


이래 저래 정리가 잘 안됐지만 애들을 모아서 단체사진을 한번 찍어봅니다.
 
사실 법계사까지 오르는 코스가 정말 힘들지 이후 코스는 천왕봉 직전의 급경사 코스 빼고는

그리 어렵지가 않으니 천왕봉까지 반은 왔던 겁니다.



올라가는 길에 반 불명의 애들 사진도 좀 찍어주고 ㅋ


정상 밑에서 여길 바라봤을 때는 어떻게 올라가나 하는 절망감을 느끼기도 ㅠ_ㅠ


 

허벅지 근육이 비명을 지르고 있을 무렵 바라본 윗쪽 풍경 ㅋ 완전 절벽입니다 ㅋ


옆쪽에 있던 고사목을 바라보며 한숨 좀 돌리고....


단번에 올라가 바라보니 이런 풍경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산위에서 무지개를 보는 건 생전 처음이라 완전 흥분의 도가니,

3학년 등산 때 이런 걸 보게 되니 올해 수능 대박나는건 아닌가해서 기분이 무진장 좋아졌더랬죠.

(뒤에 알게된 건데 이걸 채운이라고 부르더군요. 이날 경남 일대에서는 다 보였다고 하던데...)

 

 


천왕봉에서 바라본 함양 방향의 풍경.



정신없이 점심을 먹고 오늘의 제일 큰 목적(?)이었던 단체 사진을 찍었습니다.

저 현수막 가지고 올라간다고 완전 ㅠ_ㅠ 아니 그거보다 정상까지 무거운 카메라 짊어지고 간다고 죽을뻔 했다죠.
 



함께 하셨던 선생님들 단체 사진, 몇분은 낙오학생 및 잔류학생 지도를 위해 법계사까지만 동행하셨기에 사진에 안나오셨습니다.
 

조촐한 우리반 단체 사진 ㅋㅋ

 



1반 두녀석이 요구한 독사진~


마지막으로 올라오는 애들 지도 하느라 다소 늦게 도착한 정은화샘과 이재덕샘.

참으로 고생이 많으셨습니다~

 


그리고 이동하 선생님이 찍어주신 내 독사진,

천왕봉에 세번째지만 여기서 사진 찍어본 건 처음인 것 같네요.

정상까지 오르는데 참 많은 곡절이 있었지만 가보니 그냥 좋기만 했습니다.

천왕봉에서 이렇게 좋은 날씨 만나기 힘들다는데

올해 우리학년 그냥 대박 터지는게 아닌지 ㅋㅋ


학교 선생을 하면서 참 좋은게 정말 다양한 체험을 학생들과 같이 할 수 있다는 겁니다.

이렇게 애들 사진을 찍어주며 같이 할 수 있는게 얼마나 즐거운 일인지.

특히나 제자이자 후배들인 진주고등학교 애들은 내게 정말 각별한 의미로 다가옵니다.

너무나 좋은 선생님들, 학생들과 함께했던 천왕봉 등반,

평생 잊지 못할 추억의 한 페이지로 남을 것 같습니다.

다음에도 이런 기회가 허락된다면 애들 데리고 설악산 대청봉을 정복하러 ㅋㅋㅋ

(아~ 돌 날아오는 소리가 들리는구나 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