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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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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삶의 결 지난 시간을 돌아보면 난 가족 이외의 누군가에게 아낌받고 사랑받았다는 기억이 별로 없다. 언제나 홀로 뭔가를 해결해야 했고 인맥이라는 것에 의존할 수도, 그럴 생각도 없었다. 가끔 선배들로부터 사랑받는 동기들이나 후배들을 보면 부럽다는 생각도 했었지만 그것은 내 몫이 아니라고 마음을 빨리 정리해왔던 것 같다. 그렇게 항상 홀로 발버둥을 쳐왔다. 그래서 인맥으로 뭔가를 해결하려는 사람들, 인간 관계에 과도하게 집착하고 의지하려는 사람들을 보면 왠지 모르게 마음이 버거워진다. 가끔은 과도하게 사랑받는 사람들이 나에게도 사랑받고자 하면 나 스스로 그를 피하는 경우도 생겼다. 그것은 부러워하거나 상처받지 않기 위한 내 나름의 보호책이었다. 이는 내 삶의 순간들이 그대로 쌓여 만든 결의 모양이다. 그러므로 이러한..
한파 속에서 갑자기 그리워지는 홋카이도, 삿포로의 폭설 진진이를 처가집에 데려다 주고 오는 길, 잠시 차에서 내렸다 탔을 뿐인데 코 끝이 아려올 정도다. 예전에는 이런 추위를 만나면 떠오르는게 군시절의 추억이었는데(체감온도 -30도정도는 웃으며 넘나들었던) 이제는 홋카이도에서 만났던 폭설이 먼저 떠오른다. 기억이 기억으로 묻혀진다는 것, 기억의 층위에도 우선 순위가 생긴다는 것이 이런 것일까. 힘들고 아팠던 심상이 따듯하고 포근한 어떤 것으로 대체될 수 있음을 생각해보는 아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