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찍기 정말 잘했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가끔 내가 사진을 잘 찍는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그런 순간이 바로 이 같은 사진을 찍었을 때다. 졸업식의 느낌을 그대로 전해주는 한 컷. 제자를 떠나보내는 아쉬움. 입시지도가 끝났다는 홀가분함. 남는 사람의 그리움. 그 모든 복합적인 감정이 드러난 표정. 그것을 느끼고 그 순간을 담아 놓는 것. 이것은 역시 피사체와의 깊은 공감이 없이는 불가능하다. 나를 졸업시키던 1998년 2월에도 이러한 표정을 지으셨을 나의 은사님. 그 마음을 2017년 2월의 졸업식장에서 동료교사로 만나 느낀다. 2017년 2월 고성중앙고등학교 졸업식장에서.
나를 졸업시키셨던 선생님은 20년이 지난 지금 또 너희들의 졸업을 바라보신다. 같은 스승 밑에서 배운 우리는 어찌보면 동문이 되겠구나. 길게 이어지던 교장선생님의 훈화말씀마저 그리울 날이 어느 순간 다가오겠지. 괜스레 붉어지는 눈시울에 멋적게 만져보는 머리칼. 가슴에 품은 졸업앨범이 나오기까지 얼마나 많은 사연이 숨어 있었는지..... 이렇게 많은 사람들 중에.... 이렇게 눈에 띄는 너희들을 만나게 된건 정말 행운이었다. 아쉬운 마음을 달래는 셀카도 그 의미를 모른채 무조건 반사로 행했던 국기에 대한 경례도 오늘 이후에는 그 의미가 조금 달라져 버릴 것을 지금의 너희들은 알지 못하겠지. 멀게만 느껴졌던 교장선생님의 주름진 손을 잡으며 털어놓지 못했던 진심을 어렵게 내비치는 그분의 어색했던 얼굴을 기억하..
세월이 많이 흘러도, 많은 것이 변해도 설레임과 두려움, 시원함과 섭섭함이 공존하는 졸업식날의 그 묘한 분위기는 똑같은 것 같습니다. 호랑이 허남기 선생님은 오늘도 졸업식전 분위기 정리를 도맡아 하십니다. '이것들이~' 한마디에 아이들의 입은 굳게 다물어 집니다. 동네 형 전광남 선생님은 오랜만에 멋드러진 양복을 입고 오셔서 식장 정리에 합류하십니다. 올해 처음으로 고삼 담임을 맡은 고향련 선생님은 상장 업무 담당이라 제일 바쁜 시간을 보내셨습니다. 역시 올해 첫 고3담임을 맡은 조상제 선생님. 1학년때부터 키워온 아이들을 졸업시킨다 생각하니 마냥 기분이 좋으신가봅니다. 3학년 부장을 담당하신 박성연 선생님은 꼼꼼한 성격답게 마지막 날까지 이것 저것 챙기고 돌아다니십니다. 교무부장 하성익 선생님은 5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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