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죽도 공원 깊은 골목길 안에 이런 곳이 숨어 있다는 걸 전혀 모르고 지냈다. 매장에서의 커피 판매보다는 원두 판매에 주력하고 있는 공감로스팅팩토리. 좁은 가게 안으로 들어가면 작은 탁자와 두명이 앉을 수 있는 자리, 그리고 카운터 좌석 두개가 있어 불편함을 감수하고 앉는다면 4명 정도는 함께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커피에 진심인 사장님이 해주시는 이런 저런 이야기(원두를 직접 꺼내 향을 맡게 해 주실 정도로 자세히 설명해 주셨다.)를 들으며 커피를 마시다 보니 한 시간이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를 정도였다. 인생도처유상수라고 하더니 통영 곳곳에 은둔 고수들이 있다는걸 깨닫는 순간이었다. 이름이 정확히 기억나지 않는 인퓨즈드 샤인머스켓. 커피 좀 아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논쟁의 대상이 되는 인퓨즈드 커피, ..
항남동에 새로 오픈한 적산가옥 찻집. 1936년에 지은 건물이라고 한다. 예전에는 식당을 했었는데 내부 구조가 너무 불편해서 찻집으로 업종을 변경했다고. 왜 노키즈존인지 바로 납득할 수 있는 계단. 2층이 카페의 접객 공간이라 엄청 가파르고 좁은 이 계단을 무조건 통과해야 한다. 애들 입장 허용하면 사고 꽤 많이 날듯. 주방이 1층이라 음료와 디저트가 올려진 쟁반을 들고 계속 오르락내리락해야 한다. 노동 강도가 상당해 보였다. 손님 많이 들면 주인 내외 몸살하시는건 아닌지. 적산가옥을 개조해 만든 카페를 몇군데 가본 적이 있지만 여기처럼 일본 스러운 곳은 드물었다. 통영이 아니라 일본 어딘가에 있는 찻집에 앉아 있는 느낌이었다. 내가 들렀을 때는 마침 손님이 없어서 고요하고 평화로운 느낌을 잘 받을 수 ..
죽림 부산 통닭 자리에 생활맥주가 들어선지도 꽤 됐는데 이제서야 다녀왔다. 불금에는 맥주가 땡기는 법이라. 매장 내부가 꽤 넓고 인테리어도 괜찮은 편이라 좋았다. 여름날 앉아서 맥주마시면 딱 좋을 것 같은 곳. 컨셉도 꽤 잘 잡은듯. 와줘서 고맙다고 하는데 기분 나쁠 사람이 어딨겠나. 반겨줘서 고맙지! 별 웃기지도 않는 드립 붙여놓은 곳들보다 백배는 나아 보였다. 인터넷에서 우연히 본 샘플러 사진이 예뻐서 가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계량 비커에 따라져 나온 맥주들이 앙증맞았다. 샘플러 5종 중 한잔 들이켰다가 살짝 놀랐다. 뭔데? 체인점 맥주가 왜 이리 맛있어. 하고 메뉴를 다시보니 지역의 유명 브루어 들의 맥주를 사다가 파는 일종의 맥주 종합 플랫폼이었던 것. 큰 기대 없이 왔다가 맛있는 맥주를 맛나..
무전동에 스시 오마카세 전문점이 생겼다고 하니 안가볼 수가 없어 살포시 다녀왔다. 오코노미야끼 맞은 편에 위치한 스시미노, 셰프님 성함이 민호여서 붙은 이름인듯(근데 또 한자로는 미로 - 맛의 길을 우직하게 걸어가겠다는 의지가 느껴졌다.). 업장 내부는 이런 분위기, 다찌 좌석 6개의 좁지도 넓지도 않게 딱 적당한 공간감. 군더더기 없이 깔끔했다. 기본셋팅 샐러드 없이 차완무시부터 시작. 안에 아무것도 들어있지 않은 부드러운 계란찜. 볼륨감은 약하지만 감칠 맛이 좋았다. 바로 쪄낸듯 엄청 뜨겁게 나와서 놀랐다. 평범한 미소장국. 광어, 도미뱃살과 등살, 부시리. 그대로 소주 한병각. 삼치유자폰즈. 비주얼과 이름에서 느낄 수 있는 딱 그대로의 모범적인 맛. 문어조림, 적당한 짠맛과 단맛, 쫀득한 문어의 조..
학기 초라 정신 없이 살다보니 신상 카페가 생긴 줄도 모르고 있었다. 동피랑 바로 옆임에도 한적해서 산책하러 자주 돌아다니는 곳인데 잠시 안간 사이 기습 오픈이라니. 간판이 너무 작아서 카페인 줄 모르고 지나갔을 수도. 2000년대 초중반, 한 세월을 풍미했던 컴팩트 디카들이 한가득 진열되어 있어서 추억 돋았다. 몇개는 나도 갖고 있던거라. 장식장의 디비디 타이틀도 그렇고 사장님이 나랑 비슷한 시대를 살아오신 듯. 요즘 귀한 대접 받는 녀석들도 보이던데 나쁜 맘으로 들고 가는 사람도 있을 것 같아 걱정됐다.앞에 아크릴 파티션이라도 달라고 말씀드리고 싶었다. 내부는 꽤나 넓고 여성분들이 좋아할만한 스타일이다. 나눠진 공간마다 조금씩 다른 느낌을 주려한게 느껴졌다. 벽의 도색과 질감이 약간 부조화스러운게 아..
생갈비 때깔이 끝내주는구나. 어린 시절부터 지금까지 한결같이 좋아하고 있는 꿀밤. 한식의 근본 오브 더 근본, 흰쌀밥 위에 고기 한점. 이보다 더 완벽한 한 숟갈이 또 어디 있으랴. 정신 차리고 보니 남아 있는 건 불판 위에 가지런히 놓은 갈빗대뿐. 일주일 만에 다시 가본 청도갈비. 지난주만큼 괜찮았다. 고기도 좋았고 기본찬(찌짐(부추전), 옛날 사라다(샐러드라고 부르면 느낌이 달라서 일본어 잔재인 줄은 알지만.), 백김치, 겉절이, 양념게장, 새우튀김, 꿀밤 등등)들도 모두 맛있었다. 지난주에는 안 계셨던 젊은 남자분(아드님이신지)이 서빙해 주셨는데 너무 친절하셔서 더더욱 좋더라. 앞으로도 소고기 생각나면 가끔 갈 듯. 커피 올곧 두번째 방문(사실은 어제저녁에도 갔었는데 사장님이 부재중이시라 일반 아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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