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하고 애 데리러 갔다오는 길에 만냥이 영역에 들러서 간식을 주곤했는데 그게 만냥이에게 루틴으로 인식되었는지 딱 그 시간 그 자리에 앉아 있다. 내가 다가가면 야옹 야옹하고 우는데 너무 귀엽다. 아직도 경계심이 많이 남아 있지만 예전처럼 도망가지는 않는다. 간식 다주고 한참 쳐다보고 있다가 발길을 돌리면 왠지 아련한 듯한 눈으로 나를 바라보며 한참을 그자리에 앉아 있는데 간식 더달라는거지 내가 가는게 아쉬워서 그러는거 아니라는걸 알면서도 마음이 짠해지곤 한다. (애들 밥주시는 캣맘 아주머니께 들으니 뒷다리가 불편하다고 하던데 그 얘기를 듣고 보니 다리를 약간 절고 있더라. 그래서 더 ㅠ_ㅠ) 우리 집에 가자 만냥아 ㅜ_ㅜ 진짜 여건만 되면 내가 키우고 싶다.
오후에 혹시나 만냥이 영역에 갔다가 없길래 그냥 돌아왔는데 한진로즈힐 산책로 꽃밭에서 녀석을 만났다. 나를 보더니 니야옹하고 울어서 간식을 하나 꺼내줬더니 입에 물고 자기 영역으로 돌아가더라. 근처에 있던 사시냥이와 아흑냥이가 간식을 노리는걸 느꼈나보다. 닭한마리 세개를 게눈 감추듯 먹고는 볼 일이 끝났다는 듯이 다른 곳으로 가려는 녀석에서 손을 내밀었더니 나무 뒷쪽으로 숨어버렸다. 맨날 간식주러 나오는데 이제 좀 잘해줘야하지 않겠냐? 가까이 하기엔 너무 먼 만냥아.
동료샘에게 받은 고양이 간식 닭한마리를 줬더니 츄르보다 더 좋아하는 만냥이. 길냥이들에게는 맛도 맛이지만 포만감 느껴지는게 최고. 두개 먹이고 혹시나 싶어 손을 내밀었더니 고양이 펀치 두방을 날리더라. 길냥이라고 발톱이 날카로워서 손가락 끝을 살짝 긁혔지만 그것도 스킨십이라고 만족하는 나 ㅋㅋㅋ 내가 맛있는거 주는 사람이라는건 알아서 다가오긴 하지만 아직도 마음을 주진 않는다. 사람에게 길들여지는것보다 이런 경계심을 갖는게 길냥이로서는 현명한 거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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