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agmentary thought/As teacher

우리가 만든 세상을 보라

coinlover 2025. 6. 21. 08:46

1.
나는 우리나라의 입시가
소수에 의해 기획되는
거대한 쇼라는 생각을 갖고 있다.
어쩌면 너무 복잡해져 버려 하나의 생명처럼 스스로 움직이는
거대한 제도를 아무도 통제하지 못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2.
3학년 입시 지도는
기본적으로 전년도 입결(입시결과) 자료에 근거해 이뤄진다.
대학교육협의회에서 만든 입시 분석 프로그램과
몇개의 사설업체에서 만든 입시 분석 프로그램,
그리고 대학들에서 공개하는 전년도 입시 결과 자료가
학생 상담과 대학 지원의 중요 자료다.
대교협 프로그램과 사설업체의 프로그램에
학생들 성적 자료를 넣고 희망하는 대학을
선택하면 전년도 입시 결과부터 올해 결과 예측 자료까지 제시된다.
근데 요즘 같이 자료 조작이 쉬운 시절에
그걸 얼마나 신뢰해야 하는 걸까?
여러가지 자료를 교차 점검 해서 오차를 보정하고
상담하지만 솔직히 원 자료의 신뢰도 자체가 의문스럽다.
3.
매년 새 학기가 시작되기 전
교육청들은 3학년 부장 교사 및 담임 교사들을 대상으로
생활기록부 연수라는 명목으로
나름 이름 있는 입시 강사, 교사, 입학사정관 등을 초빙해
경쟁력 있는 생기부 작성에 관한 연수를 한다.
그렇게 그들이 보여주는 자료는 그해의 트렌드가 되고
모든 학교의 생기부는 하나의 방향으로 향한다.
이게 진짜 학생들의 숨은 역량을 보여주는건지
20년 경력 중에 대부분을 입시 담당하며 보냈지만
도무지 모르겠다.
4.
고교학점제를 통해 학생들의 수업 선택권을 보장한다고 내세우지만
실제로 특정 대학을 가기 위해 들어야하는 과목은
이미 다 정해져 있다.
학생들은 그 정해진 결과를 자기의 선택이란 이름으로
포장하기 위한 어른들의 사정에 휘둘리고 있을 뿐이다.
고1 학생들 중에서 2학년 3학년 때 들어야 할 과목에 대해
확실한 비전을 가진 학생은 많지 않다.
소수의 똑똑한, 혹은 누군가로부터 확실한 지도를 받은 학생들만이
확고한 목표를 향해 달리고 있을 뿐이다.
대부분의 학생들에게 지금의 고교학점제는
큰 의미를 갖지 못한다.
이런 제도를 만들어 놓고 학생들의 선택권을 확대했다고
자화자찬하는 인간들은 둘 중 하나다.
못됐거나 멍청하거나.
5.
나는 입시 제도는 단순해야 한다고 본다.
학생들이 입시 제도를 공부 해야 하는 것이 정상인가?
학문을 배우는 것이 아닌 대학에 들어가는 요령을 배우는 게
정상인가?
교사들조차 입시 제도를 쫓아가는게 버거워져 버린 이 상황이
정상인가?
이렇게 제도를 끝도 없이 복잡하게 만들어서 이득을 보는 자들은
대체 누구일까?
입시 당사자인 학생의 역량이 아니라 그가 배정받은
학교와 교사의 역량이 그의 운명에 영향력을 행사하는게 맞는건가?
우리나라의 교육이 망하는 이유는 입시 위주 때문이 아니라
그것을 기득권 보장의 수단으로 활용하려는 이들과 이에 대해서
아무 관심도 없는 다수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