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 by day

못난 카메라 한대, YASHICA MAT EM

coinlover 2025. 5. 27. 10:12

 

 

 

이제 칠십쯤은 됐을 거다. 야시카 맷 EM.
내가 막 선생 노릇을 시작했을 무렵, 중형 필름이 궁금해 손에 넣었던 카메라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롤라이코드를 구하면서 이 녀석은 자연스럽게 뒷전으로 밀렸다. 그렇게 장식장 한켠에서 십여년이 넘는 시간을 보내며 우리 집 거실의 한 구석만을 바라보고 있었다. 세월이 흐르며 인기 많던 장비들은 하나둘 떠나갔다. 팔아봤자 큰돈도 안 되는 것들만 내 곁에 남았다. 어쩌면 못난 나무가 고향을 지킨다는 말은 카메라에게도 해당되는 말일지 모른다. 그런데 요즘 다시 꺼내 써보니 뜻밖이다. 예전엔 시큰둥했던 녀석이 제법 괜찮은 사진을 뽑아낸다. 아니, 그때도 괜찮았을지 모른다. 내가 미처 알아보지 못했을 뿐. 젊을 땐 강한 것, 빠른 것, 남들이 좋다고 하는 것만 눈에 들어왔다. 그런 것들은 세월 앞에서 금세 바래버린다. 반면 그저 그런 줄 알았던 것들이, 오래 곁에 있었던 것들이, 이제 와 마음 한자리를 차지한다. 무심히 놓아둔 것들이 문득 나를 향해 말을 건넨다. 나 여기 있다고. 내가 있기에 네 시간이 헛되지 않았다고. 그런 순간이 있다. 참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