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hotography/The third grade

2025학년도 통영고등학교 체육대회 Feat. 통영중학교 운동장

coinlover 2025. 5. 18. 15:41

 

본관 증축 공사로 운동장을 쓸 수 없게 된 탓에, 올해도 토요일에 체육대회를 치르게 됐다. 작년에 이어 두 번째, 20년이 넘는 교직 생활에서 유례가 없는 주말 체육대회를 이 학교에서만 2차례. 이게 마지막일 거라고 믿고 싶다. 비가 온다기에 모자도 하나 준비하지 않은 채 완전 방심하고 등교했건만 (종혁샘에게 빌린) 선크림 따위는 바로 무력하게 만드는 햇볕에 내 피부는 금세 붉게 달아올랐다. 농구와 족구는 당연히 우리가 이길 줄 알았고 나머지 종목에서도 평균 이상은 해낼 수 있을 거라 확신했기에 농구 패배가 현실화되었을 때는 장탄식이 절로 나왔다. 이상하게 잘 풀리지 않았던 피구에 이어 이건 반드시 이기고 만다며 죽을 각오로 달려들었던 족구의 어이없는 몰수패까지.... 하늘이 돕지 않는 듯한 날이었다. 마지막 남은 희망은 계주였다. 쉬는 날임에도 기꺼이 달려와 준 위탁생 용병 승준이의 대활약이 우리에게 극적 반전의 희망을 선사했다. 하지만… 결승선에서 그 기대는 허공에 흩어지고 말았고 내 멘탈도 함께 탈탈 털렸다. 괜찮다고 잘했다고 애들을 다독였지만 사실 그들보다 내가 더 아쉬웠다. 그 오랜 시간 담임을 맡아오면서 단 한 번도 거머쥐지 못했던 체육대회 우승. 신포도가 분명하다며 포기를 합리화했던 여우처럼, 내가 운동을 못하기에 내가 맡은 반이 체육으로 두각을 드러낼 리 없다며 관심 없는 척을 해왔던 시간이었다. 올해 넘사벽의 역량을 갖추고 있던 우리 반을 만나고 가슴속에서 슬금슬금 '어쩌면 올해는 가능할지 몰라.' 하는 기대가 고개를 쳐들었다. 하지만 학년 전체가 인정한 최강의 우승 후보였던 체대입시 8반은 허무하게 무너지고 말았다. 우리는 이날을 마치 수능처럼, 인생을 건 것처럼 진지하게 임했지만 그만큼 아프게 무너지고 말았다. 경기라는 게 실력만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는 걸 다시 한번 깨달았다. 그래도 모두 멋졌다. 그냥 하는 말이 아니라 정말 멋졌다. 그토록 체육을 싫어하는 나마저도 이렇게 불타오르게 만들었던 우리 반 녀석들의 날 것 같았던 열정. 오늘의 너희들은 정말 최고였다. 


 
 
퇴근하고 집에 오자마자 씻지도 않고 맥주부터 한잔 그대로 원샷. 멋졌던 건 멋졌던 거고.... 하루 종일 동분서주했더니 몸살 날 것 같다 정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