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 보수동책방골목, 광복동 종각집, 아인스크레페, 광복동 12시 엘 엔칸토 레드 핑크 버번 레드 베리스, 부평깡통시장 중앙카메라 핫셀블라드 500CM 수리
날이 좀 따뜻해진다 싶더니 일주일 내내 미세먼지가 극악의 수준. 더러운 정국 상황, 떨어지지 않는 감기와 맞물려 심해에 잠긴듯한 기분으로 며칠을 보냈다. 집 밖으로 나가는 게 너무 싫었지만 와이프 부산대학병원 검진이 잡혀 있어 아침 일찍 차를 몰고 거가 대교를 넘었다. 창밖으로 느껴지는 공기가 정말 끈적끈적하게 느껴졌다.
와이프 진료보는 동안 부산대병원 인근에 있는 보수동 책방 골목을 계속 걸으며 식상한 사진을 몇 장 찍었다. 그저 그런 사진이지만 그래도 셔터를 눌렀다는 것만으로도 숨통이 트이는 것 같았다. 역시 사진은 내게 숨과 같다.
딱히 맛집 찾아다닐 기분도 아니었던지라 몇년동안 가봐야지 하면서 단 한 번도 들리지 않았던 종각집에서 새우튀김가락국수와 김초밥을 먹었다. 요즘 기준으로 보면 맛있다고 보기는 힘들 음식들, 그래도 추억의 맛이라 즐겁게 먹었다. 여기선 그냥 가락국수 한 그릇 먹고 나오는 게 최고인 듯.
매번 대기줄이 길어서 포기했던 아인스크레페에 마침 사람이 없길래 누텔라생딸기 크레페를 하나 먹었다. 누텔라와 생딸기에 얇고 바삭한 크페레의 조합은 실패하기 힘들지.
매번 만나는 광복동 고양이한테 인사. 올 겨울도 잘 지내는 것 같아 다행이다.
원래는 모모스 도모헌에 가보려고 했는데 시간이 애매해서 그냥 광복동 12시에서 커피 한잔. 이날 마신 엘 엔칸토 핑크 버번 레드베리스는 정말 압권이었다. 요 근래 마셨던 커피 중 단연 최고. 살짝 희석된 와인을 마시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였다. 12000원이 아깝지 않았던 한잔. 집에 와서도 생각이 나서 원두를 따로 주문했다.
부산 간 김에 고장났던 핫셀블라드 500CM이나 고쳐 볼까 싶어 필름카메라 수리점을 검색해 봤더니 맨날 지나다녔던 부평깡통시장 내에 중앙카메라라는 가게가 있었다. 수리에는 한 시간이 걸렸고 렌즈 청소까지 말끔하게 해서 온전한 상태로 돌려주셨다. 필름카메라 수리 시세가 얼마인지 몰라서 가격이 저렴한지는 가늠이 안되지만 친절하게 설명을 잘해주셔서 좋은 기분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