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시간에 잠시 용화사에 들렀다. 갖은 색채들이 모두 모여 합창을 하고 있는 듯했다. 용화사 부처님도 노랗게 물든 은행나무 속으로 빠져드는 이 무렵을 좋아하시는 듯. 오늘 점심은 니지텐 스페셜텐동. 몇 년 동안 다이어트 신경 쓴다고 니지텐동이나 에비텐동만 먹었는데 오늘은 그냥 질렀다. 텐동에는 장어튀김이 올라가야 제맛. 집에 돌아와 이런 저런 일들을 처리하다 저녁 무렵 길어지는 햇살을 받으며 바이엔슈테판을 따랐다. 적당히 알딸딸해지니 행복한 기분으로 하루를 마무리할 수 있었.... 뻔 했는데 저녁에 걸려온 어머니 전화에 마음이 무거워졌다. 엄혹한 시절이니 정치 얘기 절대하지 말고 가족이나 챙기고 살라고. 5년간 못들었던 얘길 들으니 저쪽 애들이 정권 잡은게 확연히 느껴지는구나. 우린 아직도 쌍팔년도에 살..
첫 부장을 맡았던 날이다. 첫 학년 부장 업무가 시작됐던 날이다. 밤새 잠을 설치고 새벽 어둠 속의 길을 달려 무거운 침묵 속에 잠겨 있던 학교에 도착했다. 학년실의 문을 열고 첫날 무엇부터 해야할 지 정리하다보다 날이 밝아왔다. 창밖을 바라보니 첫 학생이 등교하고 있었다. 첫발걸음을 내딛는 순간이었다. 비록 이후의 2년은 실패로 점철된 시간이었지만 저 때의 나는 분명 뒷목을 타고 오르는 순수한 고양감에 몸을 떨고 있었다. 사진을 통해 그 기억이, 그 감각이 다시 살아난다.
올해 읽은 책중 딱 한권만 남기라면 망설임 없이 윤경희의 분더카머를 선택하겠다. 파편화된 기억의 조각들, 여러 가지 색으로 빛나는 그 유리 파편들을 섬세하게 엮어 원래 형태와는 다른 아름다움을 가진 스테인드글라스로 완성한 듯한 책이었다. 앤 카슨에 대해서는 전혀 알지 못했다. 그가 오빠의 죽음을 추념하기 위해 만들었다는 이 책에 대해서도 아예 몰랐다. 하지만 이 책의 옮긴이가 윤경희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구입했다. 그가 강의하고 있다는 대학에 찾아가 청강을 해보고 싶을 정도로 나는 그의 글에 매료되었고 그가 옮기기로 한 책이라면 분명 내 맘에도 들 거라고 생각했다. 이 선택은 나쁘지 않았다. 연결되지 않을 이미지와 글이, 홈과 모양이 맞지 않는 조각이 끼워진 듯 부자연스러운 흐름이 위태롭게 이어지다 어느새..
- Total
- Today
- Yesterday
- 통영카페
- D800E
- 진진이의 나날들
- D3
- My wife
- 부산
- 통영
- a7r
- 고성중앙고등학교
- a9
- 소니
- 통영맛집
- 고성중앙고
- 진진이
- 진주
- 사진
- FE렌즈
- 길냥이
- 봄
- 진주맛집
- 벚꽃
- 소니코리아
- 진주고등학교
- 통영로그
- A7R3
- 야경
- 육아
- 죽림맛집
- SEL70200GM
- 반다이
일 | 월 | 화 | 수 | 목 | 금 | 토 |
---|---|---|---|---|---|---|
1 | 2 | 3 | 4 | 5 | ||
6 | 7 | 8 | 9 | 10 | 11 | 12 |
13 | 14 | 15 | 16 | 17 | 18 | 19 |
20 | 21 | 22 | 23 | 24 | 25 | 26 |
27 | 28 | 29 | 3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