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범준 노래 때문에 보기 시작한 멜로가 체질. 1화에 나오는 대사가 너무 찰져서 계속 보게 되었는데 확실히 9-10쯤 되니까 힘이 빠진다. 탄탄한 구성과 내용보다는 위트있는 대사로만 치고나가려고 하니까 초반 몇회까지는 괜찮아도 전체적으로는 허술해져버린듯. 내 감성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부분도 많이 있어서 이것이 젊음인가를 읊조리며 수정펀치를 맞던 붉은 옷의 사나이의 심정이 된 것 같아 씁쓸하기도 하고. 끝도없이 나오는 BBQ PPL을 보니 치맥이 땡겨서 결국 BBQ 반반에 맥주한잔 하고 별일 없는 저녁을 보낸다. 요즘 학교에서는 복잡한 사안 하나 때문에 너무 정신이 없어 숨도 못쉬고 사는데 그나마 퇴근해서 이렇게 드라마보며 맥주라도 마시니 살 것 같다. 위기가 닥쳐오니 아무렇지 않은 일상의 소중함을 다시..
아파트에 비둘기의 개체수가 부쩍 늘었다. 쉬는 날 거실에 앉아 있으면 창 밖으로 날아다니는 비둘기를 꽤 자주 볼 수 있다. 문제는 그들이 우리집 에어컨 실외기 함에 둥지를 틀려는 시도를 자주 한다는 것. 진진이에게 비둘기가 실외기 위에 앉으면 알리라고 했더니 이제는 비둘기만 오면 난리를 치면서 다 없애버려야하는 악한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 어제도 아침을 먹는데 나쁜 비둘기에 대해 이야기를 하길래 비둘기가 평화를 상징하던 시절도 있었다는 말을 해주었다. 성북동 비둘기로부터도 50년이 지나버린 지금 희미하게 남아 있는 기의에 의존해 개체의 긍정성을 확보하고 있는 그들이 슬프다는 생각을 하며 열심히 비둘기를 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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