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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인러버의 다락방

우리집 화단에 커피꽃이 피었다. 커피나무에 꽃이 핀다는건 처음 알았던지라 저 흰꽃이 너무 신기하게 느껴진다. 장모님이 커피나무를 가져왔을때는 저게 우리나라에서 살 수 있나 싶었는데 어느 날은 붉은 열매를 맺더니 이제는 꽃까지 피우니 참 대견스럽다. 식물에 관심이 가면 늙은거라던데 이제 겸허하게 나이들어감을 인정해야겠다. 아무런 관심을 주지 않아도 홀로 피어 향기를 내는 저 커피꽃처럼 아무도 알아주지 않더라도 내 삶을 성실하게 살아가야겠다는 다짐을 합니다. (ㅋㅋㅋ 교과서 작문의 전형 ㅋㅋㅋ)

탐론 70-180을 마운트하고 있었던 김에 테스트해본 최대개방 빛망울과 역광에서의 플레어. 소니 70200GM 등의 더 비싸고 무거운 표준 망원들에 비해 빛망울의 아름다움이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지만 이정도면 훌륭한 수준이라고 생각한다. (사실 빛망울 형태의 호불호도 주관적인 부분이라) AF는 만족스러울 정도의 속도와 정확도를 보여주었다.

여름이 행복한 이유 중의 하나는 수박주스를 마실 수 있다는 것.통영에도 수박주스를 파는 곳은 꽤 있지만 생각보다 퀄리가 뛰어나지 않아서(바이사이드는 제외)실망만 하다가 요 몇년동안은 그냥 집에서 만들어 먹었다.당도가 약간 떨어지는 수박이라도 꿀과 소금 조금이면 포텐셜을 확 끌어올린 궁극의 수박주스로 다시 태어나기에.올해는 코로나다 뭐다 해서 돌아다니기도 애매하고내 상황도 녹록치 않아서 불가능하겠지만내년 이맘 때에는 수박주스 하나 마시러 전주까지 달려가는잉여로운 삶을 다시 즐길 수 있었으면 좋겠다.사실 제일 먹고 싶은게 전주 한옥마을의 카페 안아줘에서 팔고 있는 1리터 수박주스인지라 ㅋ

암모나이트냥 이것은 암모나이트인가? 고양이인가? 이렇게 완벽한 원형으로 몸을 말고 자는 고양이는 처음 본 것 같다. 이런 길고양이를 만나고 나니 집사가 되고 싶은 욕망이 더 커진다. 집사가 되고 싶다. 집사가.

코로나19라는 거대한 혼란 속에서도 시험은 쳐야한다. 멈추지 않는 것이 삶의 속성이므로 어떻게든 시간은 흘러가고 이 또한 우리가 기억하는 인생의 편린 중 하나가 될 것이다.

비오는 날 밤풍경은 신비로운 느낌을 준다. 실제로는 눅눅하고 평범하기만 했던 풍경이 이렇게 촉촉하면서도 세기말적인 느낌으로 담겨 있는게 사진의 매력. 진실은 아니지만 누구에게도 해를 끼치지 않는 아름다운 거짓말. 매번 사진을 찍으러 나가야지 하고 마음을 먹다가도 귀찮음을 극복하지 못하고 포기해버리는데 이날은 귀가가 늦었던 관계로 사진 몇장을 찍을 수 있었다. 비맞고 돌아다니는걸 좋아했던 어린 시절에 사진을 찍을 줄 알았다면 참 좋았을텐데 이제야 아름다움에 대한 깨달음을 미약하게나마 얻은게 아쉽기만하다. 천재가 아닌 사람, 혹은 노력하지 않았던 사람의 때늦은 후회는 이렇게 상투적이다.

정말 좋아하는 칵테일인 골든 버니니. 근처에서는 마실 수 있는 곳이 죽림의 삼파운드 밖에 없어 즐겨 갔었는데 몇주전 너무 형편없는 퀄리티의 골든 버니니를 내놓은 그곳의 행태에 실망하여 집에서 직접 만들어 먹어봤다. 청포도와 얼음을 조금 섞어 슬러시를 만들어 잔에 담고 그위에 버니니를 엎어서 덩크슛~ 실험 삼아 만들어 봤는데 파는 것과 비교할 수 없을정도로 풍부한 맛이었다. (키위를 조금 섞었으면 더 맛있었을 것 같은 느낌적 느낌) 청귤칩과 민트만 가니쉬로 올리면 완벽하게 재현 가능했을텐데 오늘은 이 정도로 만족. 한팩에 4000원하는 청포도로 3잔 이상의 골든 버니니를 만들 수 있을 것 같으니 버니니 단가를 생각해도 1/2 가격으로 즐길 수 있다. 만약 다음에 갔을 때도 실망스런 수준의 것을 내준다면 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