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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뱀이 누군지는 잘모른다.

 

프로필로 추측해보건데 만화가는 아닌 듯 하다.

 

그림을 업으로 하는 사람이 마음에 두고 있던 만화라는 형식으로 첫 책을 펼쳐낸 것 같다.

 

책의 내용은 매우 담백하다.

 

그림을 좋아하나 재능이 대단하다고는 볼 수 없었던 주인공이

 

그림을 그리게 되고, 그것을 업으로 삼게 되면서 겪는 일들을 잔잔하게 그려낸다.

 

대단히 격한 감정이라든가 드라마적 요소가 흐르는 것도 아닌데

 

이 만화책을 보다 눈물이 났다.

 

그림을 그리고 싶었지만 미대를 가지 못했던 나,

 

만화를 그렸지만 현실과 타협해서 그것을 포기 했던 나,

 

항상 그림 그리는 사람으로서의 나를 꿈꿔왔지만 그것으로부터 도망쳐 왔던 내가 생각나서.

 

만화 속의 주인공이 마치 예전의 나인 것 같은 착각이 들어서 그냥 울컥했다.

 

그림으로부터도 도망친 나는 지금

 

사진으로부터도 거리를 두고 있다.

 

그것에 모든걸 걸고 매진할 자신이 없기 때문이다.

 

도망치는게 아니라 살아가는거라는 만화의 대사가 가슴에 박혀서 빼내기가 힘들다.

 

이 만화가 작가의 자전적 이야기인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내가 볼때 그는 이런 이야기를, 이만큼의 완성도로 만들어내는 재능이 있는 사람이다.

 

그렇기에 작가로 살아남았겠지.

 

그렇지 못한 나에 대한 안타까운 감정을 애써 추스리며

 

책을 세번째 읽고 있다.

 

감히 올해 읽은 책 중 최고라고 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