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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립고등학교에서 한 교사가 근무할 수 있는 연한은 5년.

그리고 이제 고성중앙고에서의 5년이 채워져 간다.

신규 발령이라 멋모르고 그저 좋았던 남해제일고의 5년,

교사로서도, 사진가로서,도 그리고 한 개인으로서도

가장 활발하게 뭔가를 이루고 발전했던 진주고의 5년.

그에 비해 고성중앙고에서의 5년은

인생에서 가장 긴 침체기라고 할 정도로 부침을 많이 겪었다.

두번의 장례식,

가족의 잦은 입원과 수술,

집안의 크고 작은 비극,

소중하게 생각했던 사람들이 때린 몇차례의 뒷통수,

그리고 깔끔하지 못했던 절교.

학교에서도 예전만큼 인간적 교류를 하지 못했고

그것은 학생들과도 마찬가지였다(이전 학교에 비해 상대적).

사진 작업 또한 쉼없이 해왔지만 이렇다할 성취를 이루지는

못했고 슬럼프 속에서 허우적 거리고 있었을 뿐이다.

며칠간 연속해서 흉몽을 꾸고 나니

지난 오년의 좌절감들이 다시 물밀듯이 몰려오는 것 같아 심적으로 피곤하다.

어제는 꿈 속에서 내내 오열을 했는데 깨고 나니 온몸이 축 늘어질 정도였다.

이럴 때는 그냥 이 학교의 기운이 나랑 안맞았다는

말도 안되는 얘기를 하며 벗어날 구멍을 만들어내는 수 밖에 없다.

그래 지난 5년이 힘들었던 건 여기랑 내가 안맞아서 그런거다.

다른 학교로 옮기고 나면 모든 일이 잘풀리고

근심 걱정은 씻은 듯이 사라질거다.

그냥 그렇게 믿으며 며칠 남지 않은 나날을 버텨 나가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