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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경하는 선배 작가님(나는 그분을 선생님이라 부른다. 직접 사진을 배우진 않았어도 항상 많은 가르침을 주시기에)

 

께서 어느 저녁 갑작스레 전화를 하셔서 이런 말을 하신다.

 

'석진아 구조주의가 뭔줄 알지? 그리고 그 구조주의 너머에 있는것도?'

 

듣자 마자 선생님께서 무슨 말씀을 하고 싶었는지를 알아챘다.

 

구조주의에 입각한 사진은 읽기가 쉽다.

 

논리적이기 때문이다. 1+1=2가 되듯이 프레임에 제시되어 있는 요소들을

 

차근 차근 따져보면 작가가 무슨 말을 하고 싶었는지를 파악할 수 있다.

 

그래서 상당히 대중친화적이다.

 

하지만 너무 쉽게 읽히기에 오래도록 곱씹어 보기는 힘든 사진이기도 하다.

 

예전에는 사진이란 그러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나만 이해하면서 찍어낸 것이 대체 무슨 의미가 있을까?

 

다큐멘터리 사진이라는 것은 보는 순간 누구나 그 의미를 파악할 수 있고

 

가슴에 남는 메시지를 던져야 하는 것이 아닌가?

 

지금와서 생각해보면 그것은 참 낮은 수준의 생각이었던 것 같다.

 

한순간에 강하게 던져진 메시지, 요즘 소위 말하는 돌직구는 그 순간에 큰 감흥을 줄 수 있지만

 

오래 기억되지는 못한다.

 

울림이 큰 메시지는 곱씹을수록 새로운 느낌이 배어나와 항상 신선한 감흥을 주는 것이다.

 

아직 내 사진은 구조주의의 영역에 머물러 있다.

 

사진가의 직관으로 만들어지는 이성 너머의 어떤 것을 포착하기에는

 

내 지식과 경험과 감성이 아직은 모자라는지도 모르겠다.

 

선생님께서는 내가 이 벽을 넘어서 논리적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하지만 분명 존재하는

 

사진 예술의 어떤 영역을 바라보기를 기대하셨으리라.

 

내게는 아직 너무 멀리있는 영역이지만 그 곳이 전인미답의 경지는 아니기에 쉽게 포기하지는 않을 것이다.

 

1+1이 2가 아닌 3이 될 수도 있는 그 세계를 바라보기를 고대하며

 

나는 오늘도 파인더 너머의 어떤 것을 찾아 나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