떨어진 벚꽃의 빈자리를 사람들이 채우고 있었던 봉수골. 꽃비가 내리는 길 위에서 다들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하지만 나의 목적은 벚꽃이 아니라 아구내장수육과 아구찜. 한 5년만에 용화찜에 간듯하다. 아구내장수육(소, 5만원)은 맛있었지만 양이 너무 많아 힘들었다. 역시 아귀간(안키모)는 한조각 먹을때가 최고, 부드럽고 고소한 치즈+버터의 맛이었지만 두조각 째부터는 느끼해서 힘들었다. 이 집 아구찜은 너무 매워서 맵지 않게 해달라고 했음에도 힘들었다. 내 취향에 맞는 마일드한 찜은 어디서 먹을 수 있을 것인가. 새삼스럽게 남해 섬마을 해물칼국수의 해물찜이 그리워진다.
벚꽃 망울이 팝콘처럼 터져 나오기 시작하니 바삭 바삭한게 먹고 싶어졌다. 벚꽃이 흐드러진 봉수골에서 텐동 한그릇의 낭만을 즐겨야겠다는 생각을 한 것이다. 니지텐의 포렴. 햇수로 5년이 지난 지금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저 사이를 헤집고 들어갔을까? 마음은 스페셜텐동이지만 다 먹을 자신이 없어 에비텐동을 시켰다. 변함없는 바삭함이 참 좋다. 보조 셰프를 들인 후 맛이 변할 것 같아 걱정했는데 다행스럽게도 별다른 차이는 없다. 바랬던 여러가지 일들이 어그러져 버리는 잔인한 2022년의 봄날, 텐동 한그릇으로 봄기운을 맞이하며 다시 일어서 본다. 니지텐 옆집 흰벽에 밥장님이니지텐을 그려놓으셨다. 이런 소소한 아름다움이 삶을 지탱하는 힘이라 믿는다.
봉수골에 생긴 빌레트의 부엌에 다녀왔습니다. 원래 제주도에서 운영하시던 걸 통영으로 옮긴 거라 들었네요. 이런 곳이 생긴줄도 모르고 있다가 조경국 방주님으로부터 이야기를 듣고 늦게 방문했습니다. 주인분이 어린 시절 외할머니와 함께 통영에 살았던 기억을 떠올리며 꾸며가고 있는 공간이라고 합니다. 정도악(외할머니 성함이라고 합니다.) 도가라는 간판이 붙어있는 이곳의 정체성은 술집인 듯 합니다. 식사 메뉴는 김창남 국수와 명란비빔밥 두개 밖에 없어요. 술이 그렇게 맛있다고 하는데 낮에 찾아가서 아쉬웠네요. 일반 가정집을 개조한 내부 공간은 그리 넓지도, 좁지도 않은 적당한 수준입니다. 인테리어는 깔끔하고 평범합니다. 요즘 가정집을 개조한 식당들이 꽤 많아진터라 우와~ 하고 탄성이 날만큼 멋지다는 느낌을 받기는..
얼마전에 남해의 봄날에서 '밥장님! 어떻게 통영까지 가셨어요'라는 책을 출간하셨던 일러스트레이터 밥장님께서 봉수골에 아지트를 만드셨다는 소문이 들려 다녀왔습니다. 내성적싸롱 호심이라는 이름의 카페 혹은 공간이라고 볼 수 있는 곳이었네요. 통영의 유명화가셨던 김안영 선생님의 집을 개조해서 만든 곳으로 옛 건물의 느낌을 유지하면서도 현대적으로 재해석해낸 멋진 공간이었습니다. 곳곳에 밥장님께서 그린 일러스트들이 있어 눈이 심심할 틈이 없습니다. 통영의 기억을 담은 방이라고 설명해주신 곳. 아트월에는 통영을 상징하는 여러 요소들을 실크스크린 작품으로 만들어 전시해두었습니다. 남해의 봄날에서 소개했던 타라북스의 작품이라고 말씀해주셨어요. 건물의 전 주인인 김안영 선생님이 가지고 있던 피아노를 오브제로 전시해두었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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