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ngyeong Log

코인러버의 통영로그 - 카페 101, 니카라과 마라고지페

coinlover 2025. 2. 25. 16:21

 
 
금요일 저녁에 원두가 떨어졌다. 급히 주문해놨지만 월요일에나 도착 예정. 요즘 커피를 너무 많이 마셨나 싶은 생각에 공차에서 우롱차를 테이크 아웃해 마시며 참아보려고 했지만 집에서 보내는 며칠 안되는 시간에 커피마저 마음에 드는 걸로 마시지 못한다는게 너무 큰 짜증으로 다가왔다. 버티다 버티다 결국은 일요일 저녁 미사 마치고 죽림의 카페 101에 들러 원두를 샀다. 니카라과 마라고지페. 산미와 과일향이 풍부한 걸로 추천해달라고 했더니 젊은 바리스타 사장님이 이 원두를 한잔 내려주시며 권하셨다. 드리퍼에서 퍼지는 향과 그의 진지한 표정에서 이미 맛도 보기 전에 합격임을 느꼈다. 사장님께서 '조금 비쌀 수도 있는데 괜찮으시겠어요?' 라고 물으시길래 100g에 몇만원 하는 줄 알고 살짝 쫄았지만(200g 2만원에 구입.). 이곳 사장님은 커피에 진심이며 사람들에게 친절하고 겸손한 사람이다. 문득 딸 있으면 사위 삼고 싶다는 말이 딱 맞는 이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탁월한 실력으로 로스팅도 드립도 직접해내며 손님 한명 한명 눈을 맞춰가며 얘기를 듣고 커피를 추천하는 성실한 청년, 그 모습을 볼 때마다 왠지 모를 위안을 얻는다. 겨우 원두 조금 사가는 손님을 위해 늦은 시간 커피를 내려 맛보게 해주는 그의 진심에 요며칠 달갑지 않았던 여러 일들로 뽀족 뽀족 튀어나왔던 마음의 고드름이 녹아내리는 느낌이었다. 이미 장사 잘되고 있는 집이긴 하지만 아직 안가본 사람은 꼭 들러보시라. 통영급이라고는 믿기 힘든 꽤 유니크한 드립 커피를 맛 볼 수 있을 것이다. 삼문당, 올곧, 그리고 이곳 카페 101는 내가 이 지역에 들리는 사람들에게 자신있게 추천해줄 수 있는 커피 맛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