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인러버의 통영로그 - 모란포차, 방어력 향상엔 역시 대방어
한동안 '방어, 방어, 방어는 방어력 향상에 좋지요.' 하고 근본 없는 노래를 부르다 한참 지난 생일 선물로 받은 통영사랑상품권 3만원치를 믿고 동네 횟집 모란포차에 방어를 먹으러 갔다. 메뉴에 대방어는 없고 야도(소방어)가 있어 뭐 방어가 거기서 거기지 하는 생각으로 주문하고 청량감 하나로 마시는 켈리를 들이키고 있는데 사장님께서 오늘부터 대방어를 개시하는데 드시겠냐고, 아직 기름이 제대로 오르지 않아 맛은 아쉬울텐데 찾는 사람이 많아 일찍 시작한다고 말씀하셨다. 내 입장에서는 손해볼게 없는 제안이라 무조건 콜을 외치고 기다리니 곧 예쁘게 썰어진 한접시가 서빙됐다. 언제봐도 회를 참 예쁘게 담아내는 이 곳, 먹기 전에 이미 맛있었다. 나는 미각이 천해서 눈으로 더 잘먹는 사람이기에 보기에 좋으면 맛있다고 인식해버린다. 간장을 살짝 찍고 와사비를 올려 한점 먹어보니 기름기가 덜올랐다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기름지고 맛있었다. 이게 아쉬운 맛이면 나중에는 대체 얼마나 맛있어지는걸까? 방어는 느끼해서 많이 먹질 못하는데 제철에 살짝 못미친 이 한접시는 오히려 더 좋아 정신없이 먹어치울 수 있었다. 연신 맛있다는 말을 중얼거리며. 방어를 먹고 나니 확실히 심리적 방어력이 향상됐는지 며칠간 머릿 속을, 마음 속을 헤집고 다니던 부정적 감정이 약해지는 것을 느꼈다. '나쁜 감정으로 좋았던 감정을 덮어버리지 말자. 좋았던 기억으로 나쁜 기억을 덮어버리자.' 방어회 한접시에 맥주 두병으로 살이 찌고 몸은 더 안좋아졌을지언정 정신은 한층 더 건강하고 맑아졌으니 올해의 첫 방어는 그 역할을 100%이상 해낸 것이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