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hotography/Street cat of today
오늘의 길냥이 - 대고양이시대 천고묘비의 계절을 살아가는 불가묘천민
coinlover
2024. 11. 12. 08:08
천고묘비의 계절이다. 하늘은 높고 고양이는 살찐다. 아니 살찌는 게 아니라 털 찐다. 고양이를 보고 있으면 참 신기하다. 겨울이 다가오면 알아서 벌크업을 하니. 이맘 때의 길냥이들은 궁디 팡팡 해줄 때 손맛이 장난 아니다. 고양이를 키워본 적이 없어 집냥이들도 겨울이 되면 털이 찌는지는 모르겠다. 요즘은 길에 나가기만 하면 어디에서나 고양이를 만난다. 겨울이 오기 전 활동하기 좋은 마지막 며칠을 즐기려는 것인지 볕이 좋은 곳에는 어김없이 고양이가 보인다. 내 SNS 피드에도 절반 이상은 고양이 사진과 이야기, 세상은 바야흐로 대고양이시대를 맞이했다. 이런 때 고양이 한마리 못 키우는 불가묘천민의 처지는 서럽다. 넘쳐나는 길냥이와 SNS에 올라오는 내 냥이 자랑대회를 보며 대리만족 하는 게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이다. 그래도 길냥이 츄르 먹이고 궁디 팡팡해 줄 수 있는 친한 길냥이 몇 마리 정도는 있어서 마음만은 고양이 중산층이라 믿고 산다. 나중에 아들 독립시키고, 은퇴해서 골방 늙은이 되면 길냥이 한 마리 입양해 키워보는 게 삶의 로망 중 하나다. 언젠가는 나도 나만 없어 고양이에서 벗어나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