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hotography/My Pearl

나의 진주 - 진주초밥과 진주우동, 진주음악실이 합쳐져서 진주초밥

coinlover 2024. 10. 22. 17:32

 
 
진주초밥과 진주우동, 진주음악실이 합쳐져서 진주초밥이 되었다. 진주음악실이라는 이름으로 운영되던 공간(나는 한 번도 안 가봤지만)에 세 개의 업장을 모은 모양이었다. 예전엔 인테리어 업체 사무실로 쓰였던 곳이었는데 언제 이리 바뀌었는지. 이 동네 자주 돌아다녔는데도 모르고 있었다. 어쨌든 진주초밥도 진주우동도 간판에는 큰 신경을 쓰지 않는 것 같더니 이번에도 상장용지에 궁서체로 진주초밥이라는 이름을 출력해 놓은 걸로 간판을 대신하고 있었다(궁서체는 진심이니까). 언제부턴가 한국에선 간판 없는 집이 맛집으로 인식되곤 하니 나쁘지 않은 전략이리라. 

 

 
진주초밥, 진주우동을 따로 운영하던 시절보다 공간이 넓다. 다찌자리뿐 아니라 여러 명이 앉을 수 있는 테이블 자리도 갖춰져 있다. 진주초밥 사장님께서 갖고 있던 소품들을 다 갖다 놓은 것인지 여기저기 구경할게 많다. 구석구석 빈틈없이 뭔가가 들어차 있다. 사장님도 나 같은 맥시멀리스트임이 틀림없다. 인테리어를 위해 인테리어를 한 게 아니라 갖고 있는 것, 좋아하는 것을 늘어놓다 보니 인테리어가 된 경우처럼 보였다. 테이블석 옆에는 셀프로 쓸 수 있는 수저, 티슈, 물, 컵 등이 갖춰져 있다. 
 
 

주문을 했더니 오토시가 나왔다. 계란, 마요네즈, 감자 등등이 섞여 있는 타르타르 계열(?)의 소스와 찍어먹을 양배추였다. 별것 아닌데 맛있었다. 진주우동의 가라아게에 함께 나오는 타르타르소스가 극호였는데 이것 역시 극호다. 
 
 

 
 
 
낮이든 밤이든 여기왔으면 생맥주 한잔은 꺾어주는 게 법도다. 단숨에 들이켜 버리는 게 제일 맛있지만 비싸기에 아껴 마셨다. 9000원짜리 생맥주를 음료수처럼 마실 정도의 재력이 없기 때문이다. 
 
 

 
1일 10인분 한정 특왕초밥 35000원. 특초밥에서 양을 조금더 늘린 거라고 한다. 볼륨감이 있어 남자들에게 추천할만하다. 
 

 

 
특상초밥 40000원. 점심시간에 판매하는 가장 비싼메뉴. 자태가 찬란하다. 맛도 좋다. 오마카세로 판매하던걸 한 그릇에 모아서 내놓는 거라고 보면 되겠다.  
 

장국이 독특하다. 일반적인 미소된장국이라기엔 고기와 호박, 두부 등 건더기가 많다. 일본식 미소 장국과 우리나라식 차돌 된장을 섞은 듯한. 나는 좋았는데 와이프는 미묘했다고 한다. 
 
 

 
 
후식으로 나온 귤. 이게 제일 아쉬웠다. 이렇게 자르니 보기는 좋아도 까먹기가 힘들어서. 그리고 초밥 구성에 힘을 쏟느라 단가 맞추려면 대단한 디저트를 낼 수 없다는 걸 알지만 그래도 아이스크림이나 양갱처럼 달달한 것 혹은 산미가 느껴지는 셔벗 같이 입가심을 하면서도 심리적 만족감을 높여주는 게 나왔으면 좋았을 것 같다. 
 
 

 
 
 
며칠 뒤 저녁, 다시 진주초밥에 앉아 있던 나. 또 생맥주를 시켰다. 
 
 

버터새우구이 쭈꾸미 구이

 

숙성회 모리아와세

 

가라아게

 

항정살 조림

 
 
1인 3만원 오마카세. 중간에 전골 비슷한 국물요리가 하나 나왔는데 먹다 보니 사진을 못 찍었다. 진주우동 시절에 비해 좀 더 풍성해진 비주얼. 너무나 좋아했던 맛은 그대로. 하나하나 버릴 게 없는 술안주들. 너무 좋았다. 다음엔 5만 원짜리로 도전해 봐야겠다. 이곳의 매력은 역시 술 한잔 제대로 하면서 즐길 때 포텐이 터진다. 
 
 

 
 
술잔이 예뻐서 소주도 술술. 
 

 
 
 
 
 
진주초밥이 있어 진주가 참 좋다. 오래오래 성업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