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진주 - 금목서의 계절 슈퍼문을 바라보며 진주 방랑, 야끼도리 아오이, 진주대첩광장, 진주성박물관 특별기획전, 토브아카이브, 진주초밥 오마카세
시계는 어느덧 730 바퀴를 돌아 금목서의 계절. 예전에는 몰랐던, 신경도 쓰지 않았던 것들의 이름을 알게 되고 또 눈에 들인다.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는 시구는 진정 삶을 관통하는 한 줄이 아니었다 싶다. 칠암성당 성모상에 인사드리러 들어갔다가 사제관 앞에 있는 금목서의 단아하면서도 화려한 자태에 반해 한참 바라보고 있었다. 1991년 예전 건물이 불의의 화재로 소실되고 나서 지금 건물이 완공된 지도 벌써 30여 년, 그 긴 시간 동안 칠암성당에 드나들었지만 이곳에 금목서가 있는 걸 올해 처음으로 인지했다.
오늘도 나의 진주 루틴에 따라 점심은 야끼도리 아오이, 손님이 많아서 서빙하시는 분이 꽤 힘들어하셨다. 음식 나오는데 오래 걸릴거라고 예상은 했는데 주문하고 음식 받을 때까지 30분이 걸리더라. 밥이 평소보다 좀 질었고 꽈리고추가 너무 매워서 고전했지만 그래도 즐겁게 먹었다. 여기 혹은 톤오우에서 먹는 한끼로 힘을 비축해 오후의 진주를 어슬렁거리는 것. 내겐 너무나 소중한 취미생활이다.
진주대첩광장 때문에 소란이 발생한지도 꽤 오랜 시간이 지났건만 아직도 해결된 건 없어 보였다. 진주성을 가린다거나 왜군의 침입 형상이라거나 하는 데는 크게 공감하지 않는데 다른 건 떠나서 별로 아름답지가 않아 보였다. 주변 경관과 조화를 이루지도 못하고. 그냥 대놓고 말해서 멋이 없더라. 의미고 이념이고 떠나서 좀 더 조화롭고 아름답고, 멋있기를 바랐다. 이걸 보려고 그 오랜 시간을 기다렸나 싶어 허탈했다. 아무것도 해결되지 않고 그냥 서서히 잊혀 가겠지만. 오래 보다 보면 그냥 좋은 게 좋은 거 다하며 받아들이겠지만. 게다가 이름인 호국마루도 그다지.... 지붕 혹은 꼭데기라는 뜻이 그리 좋은지 한 십여전부터 작명만 하면 마루 갔다붙이는게 개인적으로는 너무 성의 없다고 생각해었다. 이게 무슨 무슨 호두마루도 아니고.
유등축제기간에 진주성 입장료가 무료라(난 이제 통영시민이라 진주성 무료입장의 행복을 누릴 수 없음 ㅠ_ㅠ. 진주성 갈때마다 입장료 내며 이방인이 된 것 같은 슬픔을 느낀다.) 무지성 방문. 언제나 열일하고 있는 진주성 박물관 직원분들께서 또 괜찮은 기획전을 선보이고 있더라. 진짜 진짜 지방 소도시의 박물관이라고 하기엔 너무 멋지게 꾸려가고 있는 듯. 통영에는 이렇게 제대로 된 박물관이 하나 없는 게 아쉽다. 이순신 관련 테마만 모아도 정말 풍성한 공간 하나쯤은 꾸려낼 수 있을 텐데.
미술실 같은 공간에 음악실에서 듣던 것 같은 피아노 곡이 흘러나오던 토브 아카이브. 기성분말제품으로 만든 것 같은말차라떼는 아쉬웠지만 어차피 노스탤지어를 자극하는 분위기를 느끼러 간 곳이라. 구글 음악 검색으로 흘러나오던 곡이 피아니스트 조종근의 것이라는 걸 알았다. 몰랐던 사람의 몰랐던 세계를 또 하나 알게 되었다.
가득 찬 슈퍼문이 되기 하루 전, 그러나 이미 특출 난 크기와 밝기를 자랑했던 그 달을 바라보며 횡단보도를 건넜다. 달의 시간 감각을 배우고 싶다는 생각을 잠시 했다.
좋아하는 형들을 만나 진주초밥에서 술을 마셨다. 진주초밥과 진주우동이 합쳐 다시 진주초밥. 너무 좋아하는 진주우동의 가라아게는 건재했다. 반갑다며 인사 건네는 진주우동 사장님을 보며 단골이란 참 좋은 거구나 싶었다. 인식하는 것, 알아봐 주는 것, 거기 내가 있는 걸 알고 있다고 말해주는 것, 정말 기분 좋은 일이다.
아직도 모르는게 너무 많아 다음엔 또 어떤 걸 발견하게 될까 궁금한 나의 진주. 언제 가도 너무 좋은 나의 진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