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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인러버의 다락방
학기초는 모든 이에게 잔인하지만 특히 1학년 담임에게는 더더욱 힘들다. 글 몇줄 끄적거릴 시간도 없어서 일주일치 포스팅을 사진으로 대체.
아무리 표백해도 서로를 찔러 흐른 피로 짙게 물들었던 옷을 원래대로 돌려놓을 수는 없더라. 옅게 남은 오욕의 색, 눈살을 찌푸리게 만드는 배덕의 얼룩, 더 강한 표백제를 써서 몇 번이나 반복해도 천만 상할 뿐. 이제는 그 남루함이 원래 그러했던 듯 애써 모른 척 살아간다. 기름이 잔뜩 낀 떡진 머리로 때 끼고 헤어진 카라와 소매의 얼룩덜룩한 셔츠를 입고 철 지난 가다마이 어깨 위에 비듬은 드문 드문, 지난 시간이 남겨준 부채를 정리하지 못한 우리는 그런 누추한 모습이 당연한 양 살아간다.
교직에 계셨던 처이모부님께서 은퇴하시고 3월 3일 개학날 삿포로로 여행을 떠나신다는 얘기를 듣고는 너무 부러웠다. 개학날 홋카이도 여행이라니.... 마치 내가 떠나는 것처럼 설레여서 삿포로역 소라치 비어스탠드에서 전용잔에 따라진 생맥주 한잔을 그대로 들이키는 상상을 하다가 해외 직구로 소라치 1984를 구입하고 말았다. 버블 시절의 일본은 남아도는 돈을 주체하지 못해 다양한 방면의 덕질을 시도했는데 소라치 에이스라는 홉 또한 그중 하나였다. 1984년에 삿포로맥주에 의해 개발된 이 홉은 당시의 일본 시장에는 먹히지 않았지만 크래프트 맥주의 시대가 도래한 후 미국의 브루클린브루어리에서 만든 소라치에이스가 대히트를 치면서 재평가되었고 2019년, 삿포로 소라치 1984라는 이름의 맥주가 출시되어 지금까지 인..
노안을 맞이한지 몇년이 지났다. 조금 일찍 온 것 같긴 하지만 노화는 세상의 순리이니 그러려니 하고 지내려 했는데 예전에 비해 사진 찍는게 너무 어려워져버린건 참기 힘들었다. 카메라 시도 보정을 해도 안경을 낀 시력에 맞춰져 뷰파인더 속의 프레임을 제대로 볼 수 없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안경을 끼면 가까운게 안보이고 벗으면 멀리 있는게 안보여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했던 상황, 다초점렌즈를 권하는 사람도 있었지만 잠시 체험해보니 적응이 어려울 것 같았고 괜찮은 건 가격도 만만치 않았다. 그러던 중 발견한게 이 플립 안경. 렌즈를 위로 올릴 수 있어 안경을 벗지 않고도 사진 촬영이나 독서를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주문하고 거의 2주만에 받았는데 일반 안경보다 무거울 수 밖에 없는 구조임에도 불구하고 ..
아주 오랜만의 입학식 사진 촬영. 모처럼 카메라를 들고 바쁘게 뛰어다니며 셔터를 눌렀다. 올 2월까지는 내가 학교에서 사진으로 나서야 할 일이 별로 없었다. 박종혁이라는 훌륭한 기록자가 있었기에. 하지만 지금 저들의 순간을 기록해줄건 나밖에 없다. 만약 이 학년을 3년 동안 따라 올라가 졸업시킨다면 교직 인생의 마지막 한 주기가 끝나는게 아닐까? 다시는 이런 순간이 돌아오지 않겠지? 하는 생각이 들어 카메라를 다시 들었다. 통영여자고등학교에서 근무할 때 학교 사진은 은퇴해야지 생각했는데 사람 일은 참 모르는거다. 예전같이 숨쉬듯 모든 순간을 기록하지는 못하겠지만 현재의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보려 한다.
내가 쫓던게 태양인지 깃발인지 이젠 알지도 못할 지경에 이르러, 그 깃발에 새겨진 문양이 무엇인지도 기억나지 않지만 눈이 아려와도, 눈이 멀어도 절대 포기하지는 못하는 것. 바라든 바라지 않든 다시 시작이다.
노트커피하우스. 진주에서 발견한 너무 좋은 카페. 타 지역 네임드 로스터리들의 원두를 다양하게 경험할 수 있어 좋다. 커피 외의 음료, 디저트도 모두 하이퀄리티. 한번 들렀던 통영 뜨내기도 기억해 주셔서 감동했다. 자기가 마신 음료 카드를 저장해 기호에 맞는 음료를 추천해 주는 게 이 집의 시그니처 서비스. 정성 들여 포스팅하려고 사진도 많이 찍었는데 메모리카드 오류로 다 날려먹.... 다음에 다시 가서 찍어와야 할 듯. 추억의 동네 마산 합성동 버스 터미널 뒷골목에서 만난 보석같은 카페로 내 취향에 가장 가까운 곳이라고 느낀 멋진 공간, 또 가고 싶다. 은퇴하고 딱 이런 가게를 열어 좋아하는 사람들과 즐기며 살고 싶다. 여름날 오전에 들러 뭔가 끄적거리며 나른한 시간을 보내면 딱이겠다. 메이..
레니게이드 고치러 부산 사상 빅토리오토모티브. 지프 서비스센터가 환골탈태를 했다고 할만큼 좋아졌다. 다른 서비스센터에서는 모른다고 하던 걸 바로 찾아서 수리해준다고 해서 감동, 부품이 없어서 한달 뒤에 다시 가야하지만. 사상 맛집을 검색하다가 찾아낸 상해만두. 전형적인 맛집 만두의 만두소가 딱. 무엇보다 고기튀김이 진짜다. 폭신하고 바삭한. 튀김 퀄리티는 압도적 1위. 볶음밥은 그냥 담백하고 고슬고슬하게 잘볶은 스탠다드지만 요즘 이렇게 하는 곳이 별로 없으니. 근데 외지인들이 찾아가기는 빡세겠더라. 주차가 워낙 힘들어서. 해운대 워킹홀리데이. 파노라믹 프레임속에 펼쳐지는 뷰가 참 좋았다. 평일에도 사람한테 치이다 나왔는데 주말은 어떨지.... 흠. 음료는 엄청 대단하지도 모자라지 않는 평범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