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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주초밥과 진주우동, 진주음악실이 합쳐져서 진주초밥이 되었다. 진주음악실이라는 이름으로 운영되던 공간(나는 한 번도 안 가봤지만)에 세 개의 업장을 모은 모양이었다. 예전엔 인테리어 업체 사무실로 쓰였던 곳이었는데 언제 이리 바뀌었는지. 이 동네 자주 돌아다녔는데도 모르고 있었다. 어쨌든 진주초밥도 진주우동도 간판에는 큰 신경을 쓰지 않는 것 같더니 이번에도 상장용지에 궁서체로 진주초밥이라는 이름을 출력해 놓은 걸로 간판을 대신하고 있었다(궁서체는 진심이니까). 언제부턴가 한국에선 간판 없는 집이 맛집으로 인식되곤 하니 나쁘지 않은 전략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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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주초밥, 진주우동을 따로 운영하던 시절보다 공간이 넓다. 다찌자리뿐 아니라 여러 명이 앉을 수 있는 테이블 자리도 갖춰져 있다. 진주초밥 사장님께서 갖고 있던 소품들을 다 갖다 놓은 것인지 여기저기 구경할게 많다. 구석구석 빈틈없이 뭔가가 들어차 있다. 사장님도 나 같은 맥시멀리스트임이 틀림없다. 인테리어를 위해 인테리어를 한 게 아니라 갖고 있는 것, 좋아하는 것을 늘어놓다 보니 인테리어가 된 경우처럼 보였다. 테이블석 옆에는 셀프로 쓸 수 있는 수저, 티슈, 물, 컵 등이 갖춰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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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문을 했더니 오토시가 나왔다. 계란, 마요네즈, 감자 등등이 섞여 있는 타르타르 계열(?)의 소스와 찍어먹을 양배추였다. 별것 아닌데 맛있었다. 진주우동의 가라아게에 함께 나오는 타르타르소스가 극호였는데 이것 역시 극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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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이든 밤이든 여기왔으면 생맥주 한잔은 꺾어주는 게 법도다. 단숨에 들이켜 버리는 게 제일 맛있지만 비싸기에 아껴 마셨다. 9000원짜리 생맥주를 음료수처럼 마실 정도의 재력이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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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10인분 한정 특왕초밥 35000원. 특초밥에서 양을 조금더 늘린 거라고 한다. 볼륨감이 있어 남자들에게 추천할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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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상초밥 40000원. 점심시간에 판매하는 가장 비싼메뉴. 자태가 찬란하다. 맛도 좋다. 오마카세로 판매하던걸 한 그릇에 모아서 내놓는 거라고 보면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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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국이 독특하다. 일반적인 미소된장국이라기엔 고기와 호박, 두부 등 건더기가 많다. 일본식 미소 장국과 우리나라식 차돌 된장을 섞은 듯한. 나는 좋았는데 와이프는 미묘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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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식으로 나온 귤. 이게 제일 아쉬웠다. 이렇게 자르니 보기는 좋아도 까먹기가 힘들어서. 그리고 초밥 구성에 힘을 쏟느라 단가 맞추려면 대단한 디저트를 낼 수 없다는 걸 알지만 그래도 아이스크림이나 양갱처럼 달달한 것 혹은 산미가 느껴지는 셔벗 같이 입가심을 하면서도 심리적 만족감을 높여주는 게 나왔으면 좋았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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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뒤 저녁, 다시 진주초밥에 앉아 있던 나. 또 생맥주를 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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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인 3만원 오마카세. 중간에 전골 비슷한 국물요리가 하나 나왔는데 먹다 보니 사진을 못 찍었다. 진주우동 시절에 비해 좀 더 풍성해진 비주얼. 너무나 좋아했던 맛은 그대로. 하나하나 버릴 게 없는 술안주들. 너무 좋았다. 다음엔 5만 원짜리로 도전해 봐야겠다. 이곳의 매력은 역시 술 한잔 제대로 하면서 즐길 때 포텐이 터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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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잔이 예뻐서 소주도 술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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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주초밥이 있어 진주가 참 좋다. 오래오래 성업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