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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답답해서 점심을 거르고 학교 인근 고분군으로 산책을 나갔다.

 

비현실적으로 맑은 하늘과 초록들판을 보니 기분이 한결 가벼워졌다.

 

종이상자를 썰매삼아 고분에서 미끄름틀 놀이를 하고 있는 학생들이 있었다.

 

우리학교 학생들이 여기까지 왔나 싶어 교복을 보니 인근에 있는 다른 학교 학생이었다.

 

고분에서 썰매를 타면 안된다고 말을 해야 하나 고민을 잠시 했지만

 

이미 타고 나서였고 그 이후로는 그냥 종이를 깔고 앉아 시간을 보내고 있길래 괜한 잔소리를 하지 않기로 했다.

 

저 학생들은 왜 일과 시간에 고분군에 앉아 시간을 보내고 있었던걸까?

 

학교에 있어야할 시간에 그렇게 하지 않는다는건 생각보다 많은 용기가 필요한 일일터인데

 

무슨 사연이, 가슴 답답한 일이 있어 그만한 모험을 했던걸까?

 

(머리에 맴도는 질문을 결국 그들에게 내뱉지는 못했다.)

 

학창시절에도 어른이 되어서도 나는 그러한 일탈을 감행하지 못했다.

 

항상 정해진 시간에 정해진 곳에서 정해진 일을 해왔다.

 

그 순간에도 내 마음을 답답하게 했던 것은 그 루틴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나에 대한 실망감이었다.

 

내가 저기 앉아 있었던 학생들처럼 일상의 틀에서 벗어날 수 있는 과감함을 갖추고 있었더라면

 

지금의 내 삶이 조금은 달라졌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