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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y by day

토요일 하루 - 스팸무스비

coinlover 2017. 9. 9. 19:27

 

 

 

 

 

 

어제 퇴근하기 전부터

 

며칠전 집에 사다 놓은 여섯개들이 스팸 세트를 생각하고 있었다.

 

오바마가 그렇게 좋아한다는 스팸무스비를 만들어야겠다는 마음도 그때 함께 먹었을 것이다.

 

요며칠 늘어난 1.8Kg의 체중을 정상치로 돌려놓기 위해 운동과 함께 하루간의 단식을 했던터라

 

음식을 향한 나의 갈망은 점점 커져가기만 했다.

 

그리고 퇴근루 이른 저녁 운동을 마치고 씻고 바로 잤다.

 

오늘 아침을 맞이하기 위해.

 

일어나자 마자 세수를 하고 스팸의 둥근 오프너를 당겼다.

 

뽁하는 경쾌한 소리와 함께 깔끔하게 떨어져 나가는 금속 뚜껑....

 

스팸 뚜껑을 따다가 손을 베이곤 했던 옛날을 생각해보면

 

요즘의 포장은 정말 아름답기 그지 없다.

 

인생은 아름답고 역사는 발전하는 것이다.

 

스팸캔을 뒤집어 도마 위에 두번 두드리니

 

분홍색 육면체의 볼륨감 있는 실체가 그 모습을 드러냈다.

 

오늘은 운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머리를 스쳤다.

 

스팸이 이렇게 쉽게 빠지다니.

 

몇번이나 캔 밑바닥을 두드리다 결국은 젓가락을 끼워 빼곤했던

 

밀당의 귀재가 오늘은 너무 쉽게 요리를 허락했다.

 

응고된 흰색의 기름 덩어리들이

 

스팸의 칼로리를 떠올리게 만들었지만

 

하루를 꼬박 굶은 내게 그건 중요한 일이 아니었다.

 

요리를 하기전 다시 한번 방에 있는 흰색 샤오미 체중계에 몸을 실어 본다.

 

71.9Kg....

 

정확하다.

 

내가 유지하려고 마음먹은 체중.

 

이틀만에 원 상태를 회복한 것이다.

 

그렇다면 먹어도 된다.

 

이제 요리를 하자.

 

요염한 인공 고기덩어리를 도마위에서 4조각으로 길게 썰었다.

 

그리고 작은 테팔 프라이팬에 기름을 살짝 두르고

 

열이 오를때까지 기다렸다가 올린다.

 

치이익...

 

경쾌한 소리다.

 

지금의 내게는 소고기 꽃등심을 굽는 것보다 더 매력적인 저 소리.

 

4개의 스팸 편육은 내 애정어린 눈빛을 받으며 아름답게 익어간다.

 

4구짜리 가스레인지의 비어있는 한곳에는 기름을 두른 사각 프라이팬을 올렸다.

 

달걀 두개를 풀어 휘핑한 후 소금을 한꼬집 넣은 노란 액체를

 

달아오른 검은 팬 위에 붓는다 살짝 기포가 생기며 달걀 말이의 원형이 만들어진다.

 

스팸 무스비에 들어갈 달걀말이는 두께가 적당해야하므로 한번만 말아주는게 적당하다.

 

옆에서 익어가고 있는 스팸을 뒤집는다.

 

살짝 그슬려 표면이 거칠어진 그 아름다운 모습에 감탄할 수 밖에 없다.

 

내용물을 토해낸 스팸캔은 그대로 버릴 것인가? 아니다 그것을 버린다면 당신은 초보.

 

캔의 제일 아래쪽에 밥을 적당히 깔고 누른다. 그리고 그 위에 잘 구워진 스팸을 한조각 올리고

 

달걀말이를 적당한 크기로 잘라 그 위에 올린다.

 

그리고 다시 밥을 깔고 표면이 평평해질때까지 꾹꾹 눌러준다.

 

빈 접시 위에 스팸 캔을 뒤집어 한번 두드려주면 깔끔하게 떨어져 나오는 스팸무스비.

 

그때 나는 한가지를 깨닫고 말았다.

 

집에 김밥용 김이 없다는 사실.....

 

아쉬움의 장탄식이 흐른다.

 

어찌 이리 경솔했단 말인가.

 

어찌하여 지난번 김밥 쌀때 남겨놨던 김이 눅눅해져 며칠전에 버린 사실을 잊었단 말인가.

 

어찌하여 어제 장을 볼 생각을 못했단 말인가.

 

그러나 이미 엎질러진 물.

 

집앞 편의점에서 김밥 재료 세트를 팔고 있긴 하지만

 

김밥김 한장을 위해 그만한 돈을 낭비할 수는 없다.

 

1000만원 짜리 카메라의 결재버튼은 한번에 누를 수 있어도

 

단돈 만원은 아까워할 줄 아는 나란 남자는 그런 사람.

 

아쉽지만 오늘은 미완성의 스팸무스비로 만족하기로 한다.

 

 

 

와이프 하나, 아들 하나, 나 하나.

 

스팸은 네조각이었지만 가족이 세명이므로 3개만 만들고

 

남은 조각은 반찬으로 썼다.

 

비록 김으로 감싸지는 못했지만

 

네이키드 바디의 스팸무스비도 나름 매력적이었다.

 

그러나 그 찬란한 자태를 맞이한 순간 나는 갈등에 휩쌓이고 만다.

 

이것의 칼로리는.....

 

반만 먹을까?

 

아니다 스팸무스비는 잘라서 먹는 순간 의미를 잃는다.

 

그것은 온전히 하나로 존재해야하는 것.

 

그래 그냥 먹는거다.

 

죄책감 따위는 느낄 필요없다.

 

먹고 달리면 되는 것을.

 

나에게는 다이어트의 동반자 숀리의 엑스바이크가 있지 않은가?

 

그순간의 내게는 토르의 망치보다 무거웠을 젓가락으로

 

스팸무스비를 들고 한입 베어무는 순간 느꼈다.

 

나는 잘못되지 않았다.

 

그래 나는 잘못되지 않았다.

 

환희의 침이 입안에 고임을 느끼며

 

그 아밀라아제가 이 스팸무스비를

 

0칼로리로 분해해줄 것 같은 고양감 속에서.

 

나는 급히 그것을 입안으로 구겨 넣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