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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23사단 57연대 2대대 5중대 2소대 출신이다.

23사단은 일명 철벽부대로 동해안 강릉-삼척에 이르는 지역의

해안 경계를 담당하고 있다.

해안경계부대는 6개월간 해안 소초에 소대별로 나뉘어 근무를 서고

타 중대의 소대와 교대하여 3개월간은 내륙의 본대에서 훈련과 재정비의 시간을 갖는다.

투입되는 장소는 중대별로 고정되어 있는데

내경우는 처음엔 광진 41ST에서 군생활을 시작해

다음에는 34ST 그리고 마지막엔 다시 41ST에서 군생활을 마치게 되었다.

군생활 2년간 돌아다녔던 삼척과 동해 지역은 아직도 내게 각별한 곳으로 남아 있다.

충성 찾고잡자!! 촌스럽기만 했던 경례 구호가 그리워 질 줄은 상상도 못했던 일.

언젠가 일기장에 썼던 글귀처럼 기억이란 사진 위에 시간이란 이름의 먼지가 내려 앉으면

아픔마저도 추억으로 아련해지는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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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종일 운전해서 겨우 도착한 삼척.... 낯선 길을 뚫고 나온 끝에 너무나 낯익은 이 거리가 있었다.

매일같이 군복을 입고, 총을 들고 돌아다니던 이 길에서 이제 나는 카메라 셔터를 누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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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척 정라항의 모습, 야간 근무 때와는 달리 활기찬 모습이다. 오랜 시간 이곳에서 근무했지만 대낮의

삼척항은 구경하지 못했었다. 낯설면서 낯익은 묘한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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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간 근무 서다가 너무 힘들면 이 구멍가게에서 쵸코파이 등을 사먹곤 했었는데.... 고맙게도 그자리에 그대로 있

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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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간 선박 입출입 현황을 기록하러 새벽마다 들렀던 정라 선박입출입 신고소....

매일같이 밖에서 추위에 떨던 우리가 잠시나마 따듯하게 쉴 수 있는 곳이었다.

안나가고 버티는 우리가 불쌍했던 것인지 가끔은 떡라면을 대접해주기도 했던 착한 의무경찰 아저씨가 생각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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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초소 신선바위 옆의 바닷가. 11초소는 이미 사라지고 없었다.

여전히 파도가 거세서 잠시 서있다보니 소금기 투성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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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천년도로의 모습 41ST(소초)의 주 경계근무 지역이다. 왼쪽 언덕위에는 탐조진지인 9초소가 보인다.

옥상에 있던 MG50은 어디론가 옮겨버린 모양이었다. 삼척팰리스호텔은 내가 전역할 즈음부터 짓기 시작했었다.
 
여기도 많은 것이 변해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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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초소의 모습, 돌출되어 있는 저 초소는 겨울 근무시 사람을 환장하게 하는 곳이다.

실제로 겨울에 근무서는 도중 이대로 잠들면 죽을 수도 있겠구나 하는 위기감을 느꼈었다.

여름에는 시원한게 근무하기 좋은 곳. 은근히 으시시한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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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망의 탑에서 사진 한 컷.... 전역하기 전에도 여기서 사진을 한장 찍었는데.... 지금은 어디 있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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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소초 섹터의 한 초소.... 이제는 사용하지 않는 것인지 부숴진 채로 방치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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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찰패와 경계석, 투입과 철수시 항상 돌리던 순찰패, 여름이면 돌맹이 주워서 페인트 칠하기 바빴던 경계석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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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척을 뒤로 하고 넘어간 동해 추암해수욕장~ 8중대의 경계지역으로 기억하고 있다. 유명한 촛대바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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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암해수욕장 표지석 - 남한산성의 정동방이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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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해의 명사십리라는 망상해수욕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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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소에서 하루를 묵고 아침 일출 촬영을 위해 새벽 바다에 나왔다. 간첩 침투를 방지하기 위해 세운 투광등은

그 목적과 달리 너무 아름다운 모습을 연출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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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반야 초병이 수색정찰을 하며 철수하고 있다. 보통 경계근무는 전반야와 후반야로 나뉘어 교대로 근무하고

전반야 근무자는 EENT(End of Evening Nautical twilight : 해상박명종) 무렵에 근무 투입하고

후반야 근무자는 BMNT(begining of Morning Nautical twilight : 해상박명초) 무렵에 철수하는 것으로

기억하고 있다. 밤새 고생했을 초병의 뒷모습이 애처롭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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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여분을 기다려서 맞이한 동해의 일출. 군시절 매일보던 모습인데 전역하고는 일출보는게 처음인 것 같다.

그때 다시는 동해 일출 보지않을 거라고 다짐했던 것 같은데..... 사람 마음이란 참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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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사를 마치고 돌아가는 길에 찍은 대진마을 표지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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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진마을 정경 - 여기도 참 많이 바껴 있었다. 예전 모습이 어느정도 남아있긴 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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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5초소의 모습.... 국방색 얼룩무늬의 그 촌스럽던 초소가 이렇게 깜찍하게 변했다... 아마 관광지라는 점을 염

두에 두고 개선할 모습일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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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진마을 앞바다의 모습.... 근무설 때 지겹게 봤던 모습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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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진해수욕장, 원래 아무 것도 없던 곳인데 지금은 해군 전투 수영장으로 변해있었다.

상병시절 해군1함대 사령관이 와서 전투수영장 만들거라고 둘러보고 가더니만 결국 만들긴 했나보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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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진해수욕장 - 가운데 보이는 건물이 서울대학교 해양연구소, 그 옆이 34소초다. 부소대장 김종만 중사에게 얼차려 받던 모래사장..... 눈내린 백사장을 우리의 맨몸으로 녹이기도 했고 방독면 구보로 숨이 목까지 차올랐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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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하지 않은 모습으로 자리를 지키고 있었던 등대, 여기서 P77무선통신 수신 훈련을 하다 졸았던 기억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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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달해수욕장의 모습..... 백사장이 많이 축소되어 있었다. 동해안의 모래가 쓸려나간다고 하더니 생각보다 심각

한 모양이다. 원래 백사장 넓이가 두배정도는 되었던 것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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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소초 경계 섹터의 끝부분에 위치하는 꿈의 궁전호텔~ 겨울에 추운 초소에서 근무하다보면 저곳에서 아무 생각

없이 쉬었으면 하는 생각이 절로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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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척시내에 위치하고 있는 천곡동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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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시절 전투휴식일에 관광왔던 곳인데 군인일 때 본 것과는 느낌이 참 많이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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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해를 뒤로하고 내려가는 길에 들린 삼척 환선굴~ 워낙 구석에 박혀 있어서 찾아가는데 고생을 참 많이 했다.

차에서 내리고도 한 30분에서 40분 정도 등산을 해야하며 동굴을 제대로 다 둘러보려면 한시간 정도는 소요되니

준비를 제대로하고 가는 것이 좋을 듯.....

지금은 대금굴이라는 곳도 개발되었는데 모노레일을 타고 편히 둘러볼 수 있게 되어있다.

다만 대금굴 관광을 위해서는 사전 예약이 필요하니 주의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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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 23사단 군인들도 전투휴식일을 맞아 관광하러 왔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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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선굴 내부.....사진촬영은 금지되어 있었지만 플래쉬, AF보조광 끄고 도촬을 좀 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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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선굴 관광을 끝내니 어느새 오후 3시... 산 아래에 있는 식당에서 도토리묵과 산채비빔밥으로 허기를 달랬다.

별로 기대하지 않았는데 소박하고 담백한 것이 참 괜찮다. 오는 길에 팔고 있는 찰옥수수도 잊을 수 없는 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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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당에서 키우던 강아지~ 두마리였는데 한마리는 워낙 발발거려서 찍지 못했다.

강아지들이 순하고 귀여워서 손님들도 많이 끌고 오는 듯 했다~


환선굴 관광을 마지막으로

길지도 짧지도 않은 이틀간의 여행이 끝났다.

아직 돌아보고 싶은 곳이 많이 남아 있었지만 진주까지의 길이 워낙 장도인지라

서둘러 아쉬운 발길을 돌릴 수 밖에 없었다.

삼척에서 태백, 영월, 안동, 대구, 마산을 거쳐 진주로 오는데 소요된 시간은 6시간.

이틀통안 총 21시간 980Km를 달려 추억의 장소를 돌아보고 왔다.

남자들에게는 영원한 안주거리인 군생활........

당시에는 너무 힘들었지만 지금은 가장 큰 추억으로 남아 있는 시절,

다시 돌아가라면 손사래를 치겠지만 20대 초반의 그 2년은 내 인생에서

제일 인상적인 시절 중 하나로 남을 것이다.

오늘도 고생하고 있을 해안경계병 여러분 모두
 
충성 찾고잡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