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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년전 사진을 찍다가 아스팔트 위 횡단보도 선의 갈라짐이 참 아름답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 이후 그 아름다운 갈라짐을 계속해서 찍어 나갔다.

 

그러다가 몇몇 갈라짐이 마치 나무처럼 보인다는 생각을 했다 .

 

그래서 세상에 흩어져 있는 아스팔트 위의 나무 흔적들을 찾아 나서기 시작했다.

 

시간이 흐르면서 내 인식도 변하기 시작했고 그 갈라짐들은 나무를 넘어서

 

세상의 모든 모습을 보여주는 듯 했다.

 

그렇게 나는 길 위에 새겨진 세상의 모습을 탐닉하듯 모아 나갔다.

 

그것이 나만이 발견한 나만의 시선이라고 자부하면서....

 

 

 

작년 2월 해운대에 놀러갔다가 우연히 토요타 아트스페이스에 들렀다.

 

구주환이라는 부산지역 작가분의 작업이 걸려 있었는데 나는 한동안 말을 하지 못했다.

 

그 역시 아스팔트 위에서 소나무를 보고 있었으며 그것을 이미 결과물로 세상에 내놓은 것이다.

 

작년 매그넘 워크샾에서 만난 멋진 사진가 오영종님 또한 요즘 길바닥이나 벽에서 볼 수 있는 여러

 

형상들을 나보다 몇배나 아름답게 담아내고 계신다.

 

그때 느꼈다. 나'만'의 시선이라는 건 존재하기 힘드다는 걸.

 

같은 시선이지만 묘하게 다른 느낌으로 담아내는 나다운 것만 존재한다는 걸....

 

 

 

이런 깨달음의 과정을 통해 사진에서 힘을 빼고 남과 소통하는 방법을 배워나갔다.

 

사진에는 천재가 없다.

 

그가 쌓아온 인식의 깊이가 곧 사진의 깊이가 되기에....

 

뛰어난 구성, 멋진 색감, 번뜩이는 아이디어를 넘어

 

소소한 사진에서 감동을 느끼게 되는 것은 그 사진가가 살아온 세월이 그 안에 녹아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세상을 겸허한 마음으로 경험하며 그에 대한 감상을 켜켜이 쌓아가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