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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다가 찍은 저녁무렵의 스냅샷
예전에는 이런 이미지를 한장 찍으면 참 기뻐했더랬다.
하지만 이제는 아무렇지 않는 기분으로 아무렇지도 않게 담게 된 그냥 스냅샷일 뿐이다.
큰 의미도 부여하지 않고 이 프레임을 담았다고 기뻐하지도 않는다.
아무것도 모르던 초보시절에 우연히
역광에서 적정노출을 벗어난 사진을 찍은 적이 있다.
카메라의 노출계 지시에서는 한참 오버노출인데
찍힌 사진이 참 맘에 들었다.
그렇게 우연히 나는 역광 사진 찍는 법을 배웠다.
역광에서 사진을 찍는 것이 아무렇지도 않게 되었을 때 나는 노출에 대해 확실하게 이해하게 되었다고 생각했다.
지금 돌아보면 그것은 참 오만한 생각이었지만 그래도 한창 사진에 재미가 들려있을 때였다.
사진은 그런 것 같다.
그 발전 과정을 뭐라고 한마디로 설명할 수 없는 것.
발전이 없다가 어느 순간의, 예상하지 못한 깨달음으로 몇단계를 훌쩍 뛰어넘는 한 후배를 보며
나도 저런 시절이 있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또 어느 순간의 깨달음으로 몇걸음을 더 나갈 수 있길 간절히 바라게 되었다.
무엇을 가슴에 담고 무엇을 사진으로 표현해야 할지 몰라 답답하기만 했던
2013년의 봄날.
후배의 사진에서 힘을 얻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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